‘공매도 재개?’ 증시 돈 빼 코인 갔나… 암호화폐 거래 급등

입력 2021-05-05 00:04

주식시장에서의 공매도 재개 이후 국내 5대 암호화폐 거래소의 거래 규모가 일제히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주식시장과 암호화폐 시장의 상관성은 명확하지 않으나, 공매도라는 ‘수급 이벤트’가 일부 영향을 끼쳤다는 추측이 나온다.

4일 글로벌 암호화폐 데이터 업체 코인게코에 따르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의 24시간 거래 대금은 오후 4시 기준 19조2000억원이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거래 대금은 각각 15조6600억원, 9조5300억원이다.

국내 거래량 1위 업비트 거래 대금은 공매도가 부분 재개된 전날 오후부터 급격하게 상승했다. 업비트 거래 대금은 3일 낮 12시 기준 10조5000억원에서 하루 뒤인 이날 낮 12시에 19조8000억원 가량을 기록했다. 하루 만에 10조원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빗썸 거래 대금도 하루 만에 1조원 가량 늘었고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다른 거래소들도 같은 기간 거래 대금이 급격히 늘었다.

코스피·코스닥 지수는 전날 장 초반 강보합으로 출발했다가 오후 들어 낙폭을 키웠었다. 다시 말해 주가 지수가 하락세를 타는 동안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의 거래 대금은 급등세를 보인 것이다.

일각에선 공매도 재개 여파와 코스닥이 좀처럼 1000선을 회복하지 못하는 등 주가 지수 부진으로 국내 투자자들이 암호화폐 시장에 들어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주식 투자로 재테크를 해왔던 직장인 김모(29)씨는 공매도 재개 이전에 증권 계좌에서 투자금 700만원 가량을 인출해 암호화폐 종목을 매수했다. 김씨는 “주변에서 암호화폐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고, 공매도 때문에 증시에 충격이 있을까봐 ‘시드머니’ 일부를 코인에 빼 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국내에선 가상 자산이 제도권으로 편입되지 못한 만큼, 주식과 가상 자산의 투자 주체는 많이 다르다”며 “코스닥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으로 일부 개인 자금이 가상 자산 시장에 들어올 수 있지만 파급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공매도 재개 이틀째인 이날 코스피·코스닥 공매도 거래 대금은 총 8610억원을 기록했다. 코스피·코스닥 지수는 오후 들어 강세로 전환돼 각각 0.64%, 0.56% 상승 마감했다. 공매도 취약 종목으로 꼽혔던 롯데관광개발(-1.43%), 한진칼(-1.38%), 두산퓨얼셀(-2.24%), 신풍제약(-1.79%)은 약세를 보였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