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가 올 여름 세계 최대 완성차 시장인 유럽에 도전장을 내민다. 프리미엄 완성차의 본고장에서 자사 제품의 가치를 입증하고,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다.
제네시스는 4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현지 언론을 대상으로 온라인 간담회를 열고 유럽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제네시스는 지난해부터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밑그림을 그려왔다. 지난해 스위스와 독일에 각각 ‘제네시스 모터 스위스(GMCH)’와 ‘제네시스 모터 유럽(GME)’을 설립했다. 지난해 9월에는 아우디코리아 사장을 지낸 적 있는 도미니크 보쉬를 유럽 법인 책임으로 선임했다.
제네시스는 우선 다음 달 독일과 영국, 스위스를 시작으로 유럽 각 지역에서 차량 판매를 진행한다. 대형 럭셔리 세단 G80(사진)과 대형 SUV GV80의 차량 주문을 시작으로 중형 스포츠 세단 G70과 중형 SUV GV70를 뒤따라 선보일 계획이다. 유럽 현지에 특화된 전략 차종 역시 연내 출시할 예정이다.
제네시스는 2022년까지 현지에 3종의 전기차도 투입하기로 했다. 주력 차종 판매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 후 전동화 브랜드로의 전환도 함께 추진하겠다는 얘기다. 지난달 처음 공개한 G80 전동화 모델을 시작으로 전용 전기차 1대를 포함한 전기차 2종을 잇달아 출시할 계획이다. 보쉬 법인장은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우수한 자동차와 특별한 경험을 고객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제네시스가 ‘포화상태’인 유럽의 문을 두드린 이면에는 브랜드 품질과 가치를 글로벌 시장에 널리 알리고자 하는 절실함이 깔려있다. 유럽 시장은 벤츠, BMW 등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이미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한 곳이다. 반대로 말하면 이같이 혹독한 환경에서 성과를 거두는 것만큼 좋은 홍보 수단도 없다는 뜻이다. ‘우즈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북미는 물론 ‘아픈 손가락’이었던 중국에서도 반전을 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판매 단가가 높은 프리미엄 차종 특성상 그룹의 장기적인 영업 수익 개선에도 도움을 줄 수도 있다.
관건은 충성 고객 확보다. 앞서 유럽에 진출했던 일본 토요타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렉서스 역시 현지의 호감을 이끌어내는 데 실패하면서 쓴맛을 봤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초기 비용 등으로 당분간 적자가 날 것을 고려하면 흑자를 이어가는 현재가 유럽 진출에 적기(適期)”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당장 실적을 올린다기보다는 브랜드를 소개한다는 개념으로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