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와 제일 가까운 이웃, 자신과 대화 나누는 노력 중요”

입력 2021-05-05 03:01
이성훈 연정신경정신과의원 원장이 지난달 22일 서울 강남구 진료실에서 아가서의 사랑 이야기 출간 계기를 설명하고 있다. 촬영을 위해 잠시 마스크를 벗었다. 신석현 인턴기자

마음의 눈으로 성경을 바라본다. 에덴동산에서 원죄를 저질러 버림받은 아담과 하와부터 십자가 위에서 우리의 죄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버림받는 아픔까지도 함께 짊어진 예수 그리스도까지. 정신분석학을 전공한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십자가 구원을 말하는 성경의 구속사를 통해 영혼 구원뿐만 아니라 마음의 회복과 내적인 치유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연세대 의대 신경정신과 교수를 역임한 이성훈(68) 연정신경정신과의원 원장이 ‘멈출 수 없는 사랑, 아가서의 사랑 이야기’를 출간했다. 이 원장의 외조부는 1956년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고신의 초대 총회장을 지낸 이약신 목사이며 부친은 ‘진해의 슈바이처’로 불린 이봉은 전 경신복지의원 원장이다. 부친과 이 원장 둘 다 세브란스에서 신경정신의학을 전공하고 외국 유학을 경험했다. 지난달 22일 서울 강남구 연정의원에서 만난 이 원장은 ‘노래 중의 노래’ 아가서 사랑 이야기를 펴낸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아가서는 흔히 문학책으로 봅니다. 시처럼 난해한 표현들이 있어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를 마음 과학의 관점에서 보면 사랑의 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한 점을 알게 됩니다. 사랑할 때 일어나는 마음들 갈등들 그리고 그 원인까지. 시적 언어의 외피를 썼지만, 과학적이고 정신의학적인 이야기입니다. 현대 심리학도 사랑에 관해서라면 이처럼 깊이 있게 풀기 어렵습니다. 사랑은 인간에게 정말 중요한 주제입니다. 사랑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사랑을 갈구하지만 원하는 만큼 채워지지 않아 아픔을 느끼게 되고, 버림받음의 상처가 남은 뒤엔 사랑에 대한 굶주림, 좌절로 인한 분노 등이 연이어 반복됩니다. 마음을 열고 사랑을 하려면 너무 아프니 마음을 닫아버리는 딜레마가 나타납니다.”

책은 이 원장과 허계영(55) 선교사가 공동 저술했다. 허 선교사는 예장통합 총회 파송으로 대만 타이중에서 사역 중인데 ‘성경의 맥과 핵’의 저자이다. 이 원장의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허 선교사가 문학적 외피를 입혀 아가서를 이렇게 소개한다. ‘노래 중의 노래, 성경 중의 성경, 성경이라는 정원에 가장 아름답게 피어 있는 한 송이 백합화, 사랑의 극치로 인도해주는 사랑의 네비게이션.’

이 원장은 “도입부에선 아가서를 남녀 이야기로 풀지만,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을 깨닫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예수님께선 우리에게 생명을 주신 것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랑을 상실하면서 입은 버림받음의 상처 역시 대신 감당하셨다”면서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마 27:46)란 고통의 최후 절규가 그래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십자가 구원에는 죄로 인한 아픔과 많은 문제, 생명의 상실로 인한 아픔의 치유까지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사랑의 딜레마를 다룬 책의 내용.

코로나19 장기화로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가는 상황에서 이 원장은 “자기와 제일 가까운 이웃인 자기 자신과 대화를 나눠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로나 이전에는 바쁜 바깥세상 속에서 늘 다른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하며 풀어냈는데 이를 못 하니 우울감이 증폭되는 것이라고 원인을 설명했다. 그 때문에 신앙인이라면 더더욱 예수 안에서 자기 자신과 대화를 해보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 원장은 또 “우리 안에 자기 마음을 보호하는 집을 짓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음에 단단한 집이 있어야 누가 한마디 하는 것에 열을 내거나 서운하다며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아파트 인테리어에 수천만원대 지출을 감행하는 현대인들이 이런 마음의 집을 짓는 일에는 소홀하다는 게 이 원장의 안타까움이다. 그는 “특히 내 안에 예수님의 사랑이 있으면 결코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국인의 아픔과 힘’ ‘내적 치유’ ‘상한 마음을 찾으시는 하나님’ 등의 저자인 이 원장은 마음의 눈으로 보는 성경 해석 강의를 지속할 예정이다. 우울증 공황장애 등 마음이 아픈 사람들과 함께해온 느슨한 회복 공동체 성격의 길르앗교회(문규호 목사)에 소속돼 있으며 강원도 평창에 치료 시설인 ‘성인덕’도 운영 중이다. 이 원장은 “마음의 병 때문에 일반 교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성도들의 회복을 돕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