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2조6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한다. 주식 소각으로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어 주주친화적인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인적분할 후 SK㈜와 합병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SK텔레콤은 4일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869만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발행주식 총수의 10.8% 규모로, 3일 종가 기준으로 약 2조6000억원에 달한다. 국내 4대그룹 자사주 소각 사례 중 발행주식 총수 대비 물량으로는 최대다. 금액으로는 삼성전자 자사주 소각에 이어 두 번째다.
자사주 소각은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 수를 줄여 주가를 끌어올리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주가는 기업의 총 가치를 주식수로 나눈 것인 데, 주식수가 줄어들면 주당 가격은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번 소각으로 SK텔레콤 발행 주식 총수는 8075만주에서 7206만주로 줄어든다.
특히 이번 자사주 소각으로 일각에서 제기한 SK㈜와 합병 가능성을 완전히 불식시키게 됐다. ‘SK㈜-SK텔레콤-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로 인해 SK하이닉스는 적극적인 사업 확장에 걸림돌이 있었다. 회사를 인수합병할 때 지분을 100%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SK텔레콤 인적분할 후 SK텔레콤 투자회사와 SK㈜가 합병해 SK하이닉스를 직접 자회사로 둘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SK하이닉스에는 좋은 결정이지만, SK텔레콤 회사 가치에는 부정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SK텔레콤은 인적분할을 발표하면서 합병 계획이 없다고 밝혔고, 이번 자사주 매각으로 확실한 입장을 시장에 표명하게 됐다.
SK텔레콤은 최근 인적분할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 등으로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고 주주친화 정책을 펼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아울러 자회사 상장을 추진해 자금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신사업 확대 등에도 나선다는 전략이다. SK텔레콤의 적극적인 주주친화 정책은 최근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SK텔레콤의 주가는 지난해 6월15일 20만1000원에서 이날 30만7500원으로 50% 가량 올랐다. 최근 한 달로 좁혀도 약 30% 가량 주가가 상승했다.
SK텔레콤은 자사주 매각에 대해 “선진화된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그룹차원에서 강조하는 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ESG) 경영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소각 후 잔여 자사주 90만주에 대해서는 향후 ‘구성원 주주참여프로그램’과 이미 부여한 스톡옵션 등에 중장기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