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90·사진)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의 후계자로 그레그 아벨 부회장을 선택했다.
버핏 회장은 3일(현지시간) CNBC 방송에서 “오늘밤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내일 아침 경영권을 인수할 사람은 그레그가 될 것이라고 이사들이 동의한 상태”라고 말했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버핏의 후계 구도는 수십년 동안 큰 주목을 끌었다. 이전까지 후계자는 2파전이었다. 버핏 회장은 지난 2018년 아벨을 비보험 부문 부회장에, 아지트 자인을 보험 부문 부회장에 각각 발탁해 두 사람을 차기 CEO 후보로 공식화했다. 결국 버핏 회장은 아벨 부회장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앞서 아벨 부회장의 후계자 내정은 지난 1일 열린 버크셔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에서 버핏의 단짝이자 오른팔로 꼽히는 찰리 멍거 부회장이 실수로 노출하면서 화제가 됐다. 멍거 부회장은 주총에서 버크셔해서웨이의 기업 문화에 관한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그레그가 그 문화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계자로 낙점된 아벨 부회장은 캐나다 출신의 에너지 전문 경영인이다. CNBC 방송 등에 따르면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태어난 아벨 부회장은 노동자 계층 주거지역에서 하키를 즐기며 평범한 청소년기를 보냈다. 캐나다 앨버타대에서 무역을 전공했으며 졸업 후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에서 회계사로 일하다 지열 전력회사 칼에너지로 직장을 옮겼다. 나중에 미드아메리칸으로 이름을 바꾼 이 회사가 1999년 버크셔해서웨이에 인수되면서 버핏과 처음으로 인연을 맺었다.
아벨 부회장은 2008년 미드아메리칸의 CEO가 됐고, 이후 회사는 이름을 ‘버크셔해서웨이 에너지’(BHE)로 변경했다. 지금도 그는 BHE의 CEO 겸 회장으로서 버크셔해서웨이 그룹의 다양한 에너지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그 밖에 버크셔해서웨이가 소수 지분을 보유한 크래프트하인즈, 이지스 보험서비스, 캐나다하키재단의 이사직도 맡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를 “빈틈없는 거래 해결사”라고 평가했다. 버핏 회장도 지난 2013년 “그레그가 전화할 때마다 항상 시간을 낸다. 왜냐면 그는 내게 대단한 아이디어를 가져다주고 정말로 혁신적인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신뢰를 보낸 바 있다.
한편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직은 버핏의 아들인 하워드 버핏이 이어받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WSJ은 전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