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미국의 대북정책이 일단 외교적 해결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수용할 만한 단계적 비핵화 해법인지는 더 두고봐야겠지만 일련의 메시지를 살펴보면 그럴 여지도 충분하다. 미국이 북핵에 거의 관여하지 않는 ‘전략적 인내’ 정책이나 제재 일변도의 강경책을 꺼내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일단 그 둘은 아닌 것 같아 다행스럽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3일(현지시간) 영국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조 바이든 행정부는 외교에 초점을 맞춘 매우 명쾌한 대북정책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은 북한에 열려 있으며 북한도 외교적으로 관여할 기회를 잡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현지에서 블링컨 장관을 만난 정의용 외교부 장관도 미 대북정책이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방향으로 결정됐다면서 환영한다고 밝혔다. 북한과의 협상 경험이 풍부한 정 장관이 환영할 정도라면 북한도 긍정적 반응을 보일 만한 내용일 것으로 추정된다. 현실적이고 실질적이라는 평가 자체가 북핵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의 표시일 것이다. 미 대북정책은 오는 2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질 예정이다. 그때까지 미 당국을 더 설득해 북한을 움직일 만한 ‘당근책’이 최대한 많이 포함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에도 유화적 내용이 많이 담기도록 공을 들여야 한다.
문제는 북한이다. 북한은 지난 2일 ‘상응 조치’를 경고하는 대미 비난 담화를 내놓는 등 여전히 강경한 태도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쏠 것이란 관측도 있어 우려를 더하고 있다. 블링컨 장관이 “앞으로 수일, 수개월 내 북한 행동을 지켜보려 한다”고 했는데 이는 북측이 도발하면 외교적 해결 기조를 바꿀 수 있음을 경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이제는 그런 구태의연한 벼랑 끝 전술에서 벗어나기 바란다. 그리고 북핵을 외교적으로 풀 절호의 기회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 북·미 협상이 틀어진 게 벌써 2년도 넘었는데 더는 시간을 허비해선 안 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통 큰 결단을 촉구한다.
[사설] 외교에 방점 찍은 미국… 김정은, 기회 놓치지 말아야
입력 2021-05-05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