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소비자물가 44개월 만에 최대 ↑… 커지는 인플레 우려

입력 2021-05-05 04:02
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7.39(2015년=100)를 기록해 전년보다 2.3% 올랐다. 이는 3년 8개월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특히 농산물은 17.9%나 뛰었다. 한 시민이 4일 서울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달걀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18년 이후 처음으로 2%대 성장률을 보였다. 농축산물과 국제유가 상승세 때문인데, 하반기 경기 회복세와 함께 인플레이션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번지고 있다. 정부는 전년도 저물가 국면에 따른 기저효과 영향이 크다며 3분기에는 안정세를 되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통계청이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서 소비자물가지수는 107.39(2015년=100)로 1년 전보다 2.3% 상승했다고 4일 밝혔다. 이는 2017년 8월 2.5% 상승한 이후 3년 8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8년 11월(2.0%) 이후 최근까지 줄곧 0∼1%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5월에는 0.3%를 기록하는 등 오히려 경제 성장이 활력을 잃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1월(0.6%), 2월(1.1%), 3월(1.5%) 그리고 지난달(2.3%) 등 점점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 영향 등에 따라 농·축·수산물 가격 오름세가 지속되고, 국제유가 상승이 전체 물가를 끌어올린 영향이 컸다. 일단 농·축·수산물(13.1%)은 상승폭이 둔화했지만 여전히 두자릿수대를 유지했다. 파가 무려 270.0%나 올랐고 사과(51.5%), 고춧가루(35.3%)도 급등세를 보였다. AI에 따른 살처분 영향으로 공급이 부족한 달걀도 36.9%나 가격이 뛰었다. 국제유가 상승 여파에 공업제품(2.3%)은 코로나19 이전인 지난해 1월(2.3%) 이후 가장 크게 올랐다. 특히 석유류 가격 상승폭(13.4%)은 2017년 3월(14.4%) 이후 가장 높았다.

경기 회복이 가시화하면서 서비스(1.3%)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1% 상승률을 보였다. 이중 집세는 한 해 전보다 1.2% 오르며 2017년 12월(1.2%)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특히 월세는 2014년 10월(0.7%) 이후 6년6개월만의 최대폭인 0.7%를 기록했다.

지난해 코로나 쇼크에 따른 저물가 국면의 기저효과도 영향을 미쳤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지난해 2분기 저물가에 따른 기저효과도 있어 당분간 오름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포스트 코로나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번지고 있다. 공급 요인에 더해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수요 증가가 맞물릴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 회복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가능성은 남아있다”며 “하지만 코로나 확산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 등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천소라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유가 상승세가 계속 확대돼 전기료·수도료 인상 등 국민 부담이 가중되면 정부가 한시적 완화 방안 등 대책도 고려해볼 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최근의 물가상승 추세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예측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거시금융회의에서 “3분기부터는 기저효과가 완화되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연간 기준으로 물가안정목표인 2%를 상회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일시적인 물가 상승이 과도한 인플레이션 기대로 확산되지 않도록 물가 안정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