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검경이첩 사건도 공소제기 여부 판단하겠다”

입력 2021-05-04 04:03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검경에 판검사 및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범죄 사건을 이첩했다 하더라도 검경 수사가 완료되면 기소 여부 판단을 위해 사건을 돌려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의 사건사무규칙을 만들었다. 공수처가 검경이 인지(자체적으로 단서를 포착)한 고위공직자 범죄의 수사를 중지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도 규칙에 담겼다. 공수처는 규칙의 해석과 적용 과정에서 혼선이 있을 수 있다며 검경과의 협의를 계속 진행하겠다고 했다.

공수처는 사건의 접수와 처리, 공판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업무 사항을 규정한 사건사무규칙을 제정해 4일 관보를 통해 공포했다. 공수처 사건사무규칙은 ‘공정하고 중립적이며 인권보호를 강조하는 수사원칙’ ‘사건의 구분·접수’ ‘피의자 등의 소환·조사’ ‘사건의 처분·이첩 절차’ 등으로 분류된 35개 조항으로 구성됐다. 출석요구서, 이첩요구서, 사건 처리결과 통지서, 공소제기요구결정서 등 25개 서식도 공개됐다. 공수처는 “사건사무규칙의 제정·공포에 따라 본격적인 수사체제로의 전환이 이뤄졌고, 공정한 수사를 실천할 토대가 마련됐다”고 했다.

이번 사건사무규칙에는 법조계가 주목했던 이른바 ‘공소권 유보부 이첩’ 방침이 명문화돼 담긴 점이 큰 특징이다. 공수처가 기소권을 갖는 판검사 및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그 가족들의 사건에 대해서는 공수처가 타 수사기관에 이첩을 했다 하더라도 수사 완료 뒤 다시 이첩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수사는 검경이 하고, 공수처가 추후 제대로 수사했는지 검증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공수처가 추가 수사 및 공소제기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이는 공수처가 실제 사건을 놓고 검찰과 견해 차이를 확인했던 부분이라서 향후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공수처는 수원지검으로부터 넘겨받았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을 지난달 수원지검에 다시 이첩하면서 “수사 완료 뒤 송치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검찰은 ‘해괴한 논리’라며 반발, 사건을 공수처로 다시 보내지 않고 관련자들을 기소했다. 김진욱 공수처장이 국회에서 “공수처가 1차적이고 최종적 수사기관”이라 했지만 이후에도 검찰에서는 “공수처는 검찰 지휘 기관이 아니다”는 말이 나왔다.

공수처는 검경에 사건 이첩을 요청할 때에는 수사의 진행 정도와 수사 기간, 사건의 중대성, 사건 수사의 공정성, 공소시효 임박 여부 등을 고려하겠다고 했다. 앞서 대검찰청은 “강제수사가 시작된 뒤에는 사건을 이첩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었다. 공개된 사건사무규칙에는 검경이 범죄 인지사실을 통보할 때 공수처장이 고소·고발장을 제출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는 사건 관계인이 공수처 이외의 수사기관에 고소·고발장을 접수한 경우에도 검경이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법조계는 그간 공수처와 타 수사기관 간의 권한 다툼을 우려해 왔다. 공수처는 많은 규칙에 강제적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오히려 ‘요청할 수 있다’는 식으로 열려 있는 규정이라는 입장이다. 공수처는 검경과 실무협의를 진행했고 해경과 군검찰의 의견까지 수렴했다. 이후에도 해석·적용과 관련된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협의를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수사처검사들이 임명된 만큼 앞으로의 협의는 더욱 실질적일 것이라고 공수처는 기대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