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면역 달성 어려울 것”… 1년 만에 뒤바뀐 전문가 예측

입력 2021-05-04 00:02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2차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 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장이 인구의 70%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해도 ‘집단면역’ 달성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1년 전만 해도 집단면역 필요성을 주장하며 대다수가 접종해 집단면역이 생기면 감염병 확산이 멈출 것이라고 한 것과 사뭇 다른 주장이다. 계획대로 접종이 이뤄져도 코로나19가 완전히 근절되지 않는 만큼 고위험군을 보호하는 피해 최소화로 백신 접종 전략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도 했다.

코로나19 대응체계 구축에 핵심 역할을 한 오 위원장은 3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집단면역 달성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집단면역이 어려운 이유로 먼저 백신의 ‘감염예방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점을 꼽았다. 제약사들의 임상시험을 통해 발표된 코로나19 백신의 예방효과는 접종자가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때 발병을 막을 수 있는 정도를 뜻한다. 코로나19에 걸린 접종자가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는 것을 얼마나 막는지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즉 예방효과가 95%라고 알려진 화이자도 접종자의 발병을 그만큼 막는다는 것이지 다른 사람을 그만큼 감염시킬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로 영국에서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2차 감염예방효과를 조사한 연구를 보면 백신 1회 접종자가 가족 간 전파를 막는 효과는 약 40~50%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구의 70%가 접종할 경우 집단면역이 생길 수 있는지 다시 짚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코로나19 백신은 성인만 접종하고 있다. 성인 백신 접종률을 90%로 가정해도 전체 인구로 보면 76.5%에 그친다. 접종 시 ‘n차 감염’을 막을 수 있는지 불명확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감염이 없다고 안심하긴 어렵다. 오 위원장은 “집단면역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발병(예방효과)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시키는 2차 감염예방효과를 봐야 한다”며 “만약 인구의 90%를 접종한다 해도 그 백신의 감염예방효과가 50%에 불과하다면 전 인구의 감염 차단 능력은 45%에 그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도 지난달 “집단면역이라는 모호한 개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한 바 있다.

그렇다고 오 위원장의 말이 ‘집단면역이 불가능하므로 백신 접종이 의미 없다’는 뜻은 아니다. 집단면역 달성이 당초 예상보다 어렵고 설령 달성한다 해도 항체의 지속 기간 등에 따라 변수가 많아 코로나19의 완전한 근절보다 독감처럼 토착화된다는 것에 가깝다. 정부가 집단면역 목표 시점으로 잡은 11월이 되면 마스크를 벗고 이전처럼 생활할 수 있다고 낙관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접종 전략의 초점 역시 달라져야 한다는 뜻도 담고 있다. 오 위원장은 “결국 독감처럼 백신을 맞으며 코로나19와 함께 살아야 한다”며 “국가의 백신접종 전략은 바이러스 근절에서 피해 최소화로, 중증화 위험도가 높은 고령층과 고위험군을 보호하는 데 집중하는 식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