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공개념 신중·다주택자 순기능 인정… 결 다른 ‘노형욱표 정책’

입력 2021-05-04 04:04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정부과천청사에 마련된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4일 예정된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보낸 사전답변서에서 여러 차례 “2·4 대책을 비롯해 기존에 추진해 오던 정책을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노형욱표’ 주택정책을 새로 만들기보다 변창흠 전 장관 시절부터 추진해 온 정책을 뒷받침하는 ‘구원투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러나 노 후보자의 사전답변서를 보면 토지공개념이나 다주택자·임대사업자에 대한 인식 등 여러 지점에서 변 전 장관은 물론 여권 주류의 인식과 적잖은 차이가 보인다. 노 후보자는 지난 2일 국회 사전답변서에서 토지공개념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에 “토지공개념 제도가 조세 부담의 형평과 분배 정의 실현에 기여하는 측면도 있겠으나 미실현이익에 대한 과세 강화는 조세저항 등이 우려되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말 변 전 장관이 인사청문 사전답변서에서 토지공개념에 대해 호평 일색이었던 것과는 온도 차가 크다. 변 전 장관은 당시 토지공개념과 관련해 “현행 헌법에서 (토지공개념을)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도 토지는 공공성을 띤 재화로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제한 및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변 전 장관이 학자 출신으로 토지공개념의 제도적 기반 마련에 무게를 뒀다면 공무원 출신인 노 후보자는 정책 부작용 우려에 초점을 맞췄다는 분석이다.


노 후보자는 여권이 ‘적폐’처럼 취급해 온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 등에 대해서도 비교적 열린 자세를 취했다. 노 후보자는 “다주택자는 본인 거주 주택 외에 여분의 주택을 임대함으로써 민간임대주택 공급자 역할을 한다”고 적었다. 반면 변 전 장관은 “비생산적인 재화인 주택으로 자금이 쏠리면서 거시경제 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다주택자들이 사회적 형평성에 부합하는 적정한 세금을 부담하고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대사업자와 관련해서도 노 후보자는 “임대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세제 혜택이 집값 상승의 원인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임차인이 임대의무기간 동안 과도한 임대료 인상 걱정 없이 거주할 수 있으므로 임차인의 주거 안정성 강화에 기여한 측면도 있다”고 평가했다. 임대사업자 혜택 축소를 추진하는 여권과 온도 차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주체를 두고도 차이가 감지된다. 노 후보자는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공공과 민간이 조화를 이뤄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힌 반면 변 전 장관은 “공공재개발·재건축 사업을 통해 도심 내 공공성 높은 주택공급이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었다. 여권에서도 노 후보자의 이런 인식에 대해 “공공 주도 정비사업 추진의 후퇴 아니냐”(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는 지적이 나왔다.

노 후보자는 이낙연 전 대표 시절 여당 의원들이 싱가포르 등의 해외 사례를 참고해 설치하자고 했던 ‘주택청’ 신설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주택정책의 효과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도시·건축, 철도·도로 등 교통 기반시설 등과의 연계가 필수적”이라며 “별도의 정부 조직 신설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실상 현행 국토부 형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노 후보자의 인식에 시장 반응은 엇갈린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3일 “이런 얘기들이 정권 초반부터 나왔어야 했는데 아쉬운 부분이 있다. 답변서 내용만 보면 어쨌든 다소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송영길 민주당 신임 대표가 부동산정책 수정을 공언해 온 만큼 노 후보자와 발맞춰 정책 개선을 이뤄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노 후보자가 취임하더라도 이미 정권 말기로 접어든 상황에서 자신의 구상대로 정책을 구현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견해도 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