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4일 전격 사퇴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4일 ‘자연인’으로 잠행한 지 2개월을 맞는다. 현재까지 공개 행보 없이 수면 아래에서 움직이고 있지만 차기 대선 후보로서 지지율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야권에서는 윤 전 총장이 1997년 신한국당의 간판을 한나라당으로 바꿔 달고, 대선에 나선 이회창 전 총재의 모델과 2012년 기성 정치권과 거리를 두면서 돌풍을 일으킨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모델 중 택일의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달 26~30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2578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3일 발표한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 결과 윤 전 총장은 32%를 얻어 2위 이재명 경기지사(23.8%)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질렀다(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치 행보를 최소화하고 있지만 ‘윤석열 바람’은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는 윤 전 총장이 당장 국민의힘으로 입당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야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결국 윤 전 총장은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을 전면 개조하거나 독자 노선으로 중도·보수세력을 규합하는 방식 중 하나로 대선에 도전할 가능성이 크다.
과거 이회창 전 총재는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 각을 세웠지만 집권 여당인 신한국당에 입당해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그러나 IMF 사태로 문민정부 지지율이 추락을 거듭하자 1997년 말 대선을 앞두고 정계개편을 주도, 신한국당의 간판을 한나라당으로 바꿔 달았다.
윤 전 총장도 이 전 총재처럼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 야권 재편을 지렛대 삼아 국민의힘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 ‘호랑이굴’에 들어가는 승부수로 국민의힘에 입당은 할 수 있지만, 바로 간판을 교체해 당의 색깔을 전면적으로 혁신하는 작업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2012년 대선 당시 안철수 대표처럼 끝까지 기성 정치권과 거리를 두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윤 전 총장의 높은 지지율은 기존 정치권과의 차별성에서 나오는 만큼 기성 정당으로 입당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관측이다. 입당보다는 독자세력으로 돌풍을 이어가면서 야권 단일화를 추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은 윤 전 총장을 여전히 영입과 연대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윤 전 총장이 당장은 어렵겠지만, 결국 대통령이 되는 가장 빠른 길은 국민의힘 입당 아니겠느냐”며 “신당을 창당하거나 제3지대에서 세력화를 도모하는 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는 권영세 조해진 김웅 의원 등 차기 당권주자들을 중심으로 윤 전 총장 영입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윤 전 총장이 이달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몸을 풀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전날 KBS에 출연해 “(윤 전 총장이) 5월 중순 정도 되면 자기 의사를 표시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한국 정치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면 본인이 아마 색다른 선택을 하게 될 것이고, 그냥 종전에 일반 정치인들이 추구하는 대로 안이한 방식을 택한다면 나름대로 어느 정당을 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의 독자 세력화와 기존 정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모두 열어둔 셈이다.
이상헌 강보현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