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대표를 중심으로 한 더불어민주당 신임 지도부가 “민주당의 변화”를 외치며 본격적인 닻을 올렸다. 하지만 강성지지층의 지지를 받는 최고위원들은 “당심과 민심이 다르지 않다”며 강경발언을 쏟아냈다. 송 대표와 김용민 최고위원은 지도부 첫 회의부터 당 개혁노선에 대해 엇갈린 의견을 내놓았다.
전당대회에서 1위로 당선된 김 최고위원은 지도부가 꾸려진 첫날인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언론 개혁’을 꺼내들었다. 그는 “검찰 개혁뿐 아니라 언론 개혁,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한 각종 민생 개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며 검찰개혁특위를 재가동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당심과 민심이 다르다는 이분법적 논리는 이번 선거 결과를 통해 근거 없음이 확인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민주당이 검찰·언론 개혁에만 치중하다 민심과 멀어졌다는 비판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이 발언은 ‘민심과 변화’를 강조한 송 대표의 입장과도 다소 차이가 있다. 송 대표는 회의에서 부동산 문제와 코로나19 백신 수급 불안 등 당면한 현안에 적극 대응을 우선시하겠다고 했다. 송 대표는 김 최고위원의 검찰 개혁 주장에 “단계적으로 문제를 상의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4·7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했고, 내년 대선을 앞둔 만큼 검찰 개혁 등 당의 개혁노선을 섣불리 언급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백혜련 최고위원도 민생 개혁을 강조하며 김 최고위원과 대립각을 세웠다. 그는 “국민의 절실한 마음을 담아낼 수 있는 민생정책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르다고 틀린 것이 아니다. 비록 본인과 생각이 다르더라도 그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며 “집권여당이라면 정권 재창출을 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보고 싶지 않은 것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강성지지층의 ‘문자 폭탄’도 옹호했다. 최근 민주당 내에서는 강성지지층의 문자 폭탄이 당내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그는 CBS라디오에서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시하는 분들의 의사표시는 당연히 권장돼야 할 일”이라며 강성지지층을 옹호했다. 반면 송 대표는 “서로 상처를 주지 않고 선의로 해석하고 민주적 토론을 하는 기풍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핵심 과제인 부동산정책에 대한 의견 통일도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강병원 최고위원은 “종합부동산세 완화는 잘못된 처방”이라고 해 종부세 완화에 반대하는 송 대표의 기존 입장에 힘을 실었다. 다만 당내에선 윤호중 원내대표가 종부세 완화론을 종합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밝혔고, 부동산특위 내에서도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송 대표가 언급한 ‘무주택자 주택담보대출비율(LTV) 90%’에도 다른 목소리가 많다.
친문 당원들의 지지를 받은 의원들이 최고위원에 상당수 합류하며 범친문으로 분류되는 송 대표와의 관계 설정도 주목된다. 송 대표 입장에서는 강성지지층을 설득하면서 각종 민생정책 등 당 쇄신을 이끌어가야 한다.
송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최고위원과 당대표가 선거운동 때의 생각을 그대로 말씀드리면 엇박자라고 할 수 있으니 내일 일정(봉하마을 참배)을 미루고 내일 백신과 부동산정책 리뷰를 하겠다”고 메시지 관리를 시사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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