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까지 한 식당에서 정규직으로 일하던 A씨(27)는 잠시 쉬어 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후 A씨는 식당 두 곳에서 파트타임으로 쪼개서 일하는 중이다. 금융사에 다니는 B씨(40·여)는 1주일에 2~3일 재택근무를 하는데, 식사도 제때 못하고 업무도 밤 12시에 끝나며 되레 업무량이 늘어났다고 호소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노동 시간 양극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주당 평균 근로시간이 적은 근로자 수는 지난해 역대 최대였는데, 재택근무를 하며 초과근무에 시달리는 근로자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주당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588만6000명으로 1년 전보다 83만6000명(16.6%) 늘었다. 주 5일제 기준 하루 근무시간이 4시간도 안 되는 초단시간 근로자(1~17시간)도 215만8000명으로 같은 기간 56만5000명(35.5%)이나 급증했다.
이는 코로나19가 닥친 지난해부터 지속돼 온 현상이다. 지난해 주당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595만6000명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였다. 반면 주당 취업 시간이 36시간 이상인 근로자 수는 2011만2000명으로 전년 대비 120만3000명(5.6%) 감소, 일자리 질이 전반적으로 악화됐다.
현 정부가 고용 위기를 정부의 직접 일자리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해진 탓에 단기 일자리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계청 조사결과 2017년부터 4년간 주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146만8000명 늘었는데, 이는 이전 4년(83만6000명)의 1.7배가 넘는다. 박기성 성신여대 교수와 김용민 국민대 교수는 한국경제연구원 용역 보고서를 통해 “근로시간이 많이 차이나는 취업자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현실을 왜곡할 소지가 있다”며 주 36시간 이상 근무 취업자를 보조지표로 발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편으로는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초과근무가 암암리에 횡행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초과근무가 정부 통계에 따로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B씨는 전산상에 초과근무 시간을 ‘휴게 시간’으로 지정해 한 주에 52시간이 넘지 않도록 인위적으로 맞추고 있다. 그는 “회사에 나가서 일하는 것이 차라리 마음이 편하다. 재택근무 시에는 초과근무를 했다는 것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게임업계에 종사하는 C씨(43)도 게임 출시를 앞두고 야근이 잦은데, 이럴 때는 오후 3~4시쯤 ‘퇴근’했다고 기록한 뒤 오후 7시에 다시 ‘야근’ 기록을 하는 ‘꼼수’를 부린다.
최근 한국노동연구원의 ‘2018년 근로시간 단축법 시행의 고용효과 연구’ 보고서를 보면 300인 이상 기업 직원의 주당 근로시간이 근로시간 단축법 시행 전보다 고작 0.5~1.3분 줄어든 것으로 추정했다. 여전한 꼼수 초과근무가 만연해 있다는 것이다. 한 민간연구기관 관계자는 “재택근무 가이드라인이 엄밀하게 존재하지 않아 사각지대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세종=신재희 신준섭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