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백신 부족으로 1차 접종 중단… 이래서야 정부 믿겠는가

입력 2021-05-04 04:01
코로나19 백신 수급 불안이 발등의 불이다. 화이자에 이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도 물량 부족으로 1차 접종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현 상황이 지속되면 정부가 목표로 한 11월 집단면역 달성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코로나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65~74세 고령층은 이달부터 AZ 백신을 접종하게 된다. 하지만 3일 현재 남아 있는 AZ 백신은 34만5000여회로 사나흘이면 동난다. 75세 이상이 맞는 화이자 백신 역시 한정된 물량과 접종센터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1차 접종을 중단하고 2차 접종에 주력하기로 했다. 75세 이상의 60%가 아직 접종을 못 했는데 이들은 최소 3주를 더 기다려야 한다. 고위험군인 고령층부터 빨리 접종해 치명률을 낮추겠다는 정부의 계획에도 빨간불이 켜지게 된 것이다.

게다가 전문가 자문 기구인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는 이날 백신 접종이 본격화됐지만 집단면역 도달은 어렵다고 밝혔다. 오명돈 위원장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토착화될 것”이라며 “결국 독감처럼 백신을 맞으며 코로나와 함께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열심히 접종하면 집단면역 달성이 가능하다는 정부 발표만 믿고 있던 국민은 큰 혼란에 휩싸였다.

그동안 정부는 백신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가짜 뉴스라고 몰아붙였다. 두 백신의 잔여량을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은 채 “6월까지 1200만명 접종 목표를 달성하겠다. 국민들이 접종을 잘 받는 게 중요하다”는 점만 강조했다. 그러나 결과는 백신 수급 불안, 5월 접종 공백 우려로 나타났다. 이래서야 국민이 정부의 정책을 믿고 따라갈 수 있겠는가.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지만 백신 접종 후 반신마비 뇌출혈 같은 중증 이상반응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도 불안하다. 현장에서는 백신 물량 부족에 대한 우려와 안전성에 대한 걱정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지만 정부의 인식은 이와 많이 동떨어져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K방역이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고, 고위험군에 대한 백신 접종이 거의 완료됐다고 말했다. 백신 도입과 접종은 당초 계획 이상으로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도 했다. 정부는 AZ 백신 총 723만회분이 6월 첫째 주까지 순차적으로 공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상황이 엄중한 만큼 수급이 계획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백신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문제다. 정부는 변화된 상황을 투명하게 밝히고 향후 계획을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