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잡은 인터밀란, 매각설 불씨는 못 잡았다

입력 2021-05-04 04:06
인터밀란 선수단이 1일(현지시간) 스타디오 에지오시다에서 열린 크로토네와의 경기 중 크리스티안 에릭센(왼쪽에서 네 번째)이 득점한 뒤 함께 축하하고 있다. 이들은 이 경기를 2대 0으로 승리한 뒤 2위 아탈란타가 사수올로와 경기에서 비기며 세리에A 우승을 확정지었다. AP연합뉴스

이탈리아 프로축구 명문 인터밀란(이하 인테르)이 11년 만에 세리에A 우승컵 ‘스쿠테토’를 차지하면서 앞으로 구단 향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구단을 소유한 중국 쑤닝 그룹이 자금을 구하는 데 성공하면서 급한 불은 끈 모습이지만 수년 내 매각설이 도로 불거질 가능성도 상당하다.

쑤닝 그룹 후계자이자 인테르 구단주 장캉양(영어이름 스티브 장·29)은 우승이 확정된 2일(현지시간) 공식 축하 성명을 냈다. 그는 성명에서 “이 같은 영예와 스쿠테토를 얻을 수 있어 감사하다. 경기장에 있던 이들뿐 아니라 중계로 경기를 지켜본 우리 팬들 덕에 승점을 쌓아 우승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밀라노 거리에는 경찰과 구단 측의 자제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인테르 팬 약 3만명이 밀집해 우승을 축하했다.

장캉양은 이어 “인테르는 100년간 한결같았다. 새로운 힘과 희망, 포용성과 혁신을 구단으로 가져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직접적인 언급은 아니지만 쑤닝 그룹이 최소 가까운 시일 내에는 인테르의 소유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현지 매체 가제타델로스포르트는 장캉양이 시즌 종료 뒤 안토니오 콘테 인테르 감독과 재계약 여부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가제타델로스포르트에 따르면 장캉양은 인테르의 우승이 가시권에 들어온 지난달 27일 인테르의 연고지인 이탈리아 밀라노로 6개월 반 만에 돌아왔다. 같은 날 쑤닝 그룹이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탈에 구단 지분 일부를 넘기는 조건으로 270만 유로(약 3650억원)를 융자받는다는 보도가 나왔다. 인테르 구단에 만기가 닥친 부채를 일단 융자를 받아 급하게 해결한 셈이다.

지난 2월까지만 해도 인테르를 향한 전망은 좋지 않았다. 쑤닝 그룹이 소유한 중국 슈퍼리그(CSL) 구단 장쑤 쑤닝이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운영 중단을 발표해서였다. 지난해 11월 CSL 우승을 차지한 지 석 달만이었다. 창업자 장진둥 회장은 사내 연설에서 “(본업인) 유통업 이외 다른 사업 분야에서 철수한다”고 선언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쑤닝 그룹은 2016년 팀을 인수한 이래 5년 동안 총 6억 유로(약 8100억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금액을 들이부었다. 그러나 지난 시즌 유로파리그 결승에서 우승컵을 놓친 데 이어 이번 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UCL)에서도 조별리그 단계에서 탈락하며 자금 사정에 악영향을 받았다. 최근 유러피언 슈퍼리그(ESL) 참가를 결정했던 것 역시 자금 사정이 워낙 급박했기에 내린 결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여곡절 끝에 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앞으로는 선수 수급에 대규모 투자를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박찬우 해설위원은 “쑤닝 그룹이 급한 불은 껐지만 계속해서 인테르 구단을 소유할지는 알 수 없다. 2~3년 안에 구단을 매각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콘테 감독은 다른 팀들이 시즌 후반기 부진한 동안에 연승하면서 훌륭한 시즌 운영을 보여줬다”면서 “(비시즌 기간에) 구단 운영을 위해 구단 내 고액 주급자 등을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이 역시 코로나19로 대부분 구단이 경영난을 겪고 있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