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중 리스크’ 무릅쓰고 대박 좇는 ‘코린이’들

입력 2021-05-04 04:07

일부 ‘코린이(코인+어린이)’들이 암호화폐 ‘이중 도박’에 나서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비트코인 시세가 6000만원 대에서 횡보하자 대박을 좇아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높은 ‘비트코인(BTC)마켓’과 선물·마진거래까지 시도하고 있어서다. 순식간에 급변하는 시세 변동을 쫓아가지 못하거나 오락가락 횡보장에서 선물 대응에 실패해 목돈을 날렸다는 투자자가 적지 않다.

국내 거래소 업비트의 BTC마켓에 상장된 ‘프로메테우스’는 지난달 29일 하루만에 1만9424사토시(1사토시는 0.00000001비트코인)에서 16만2751사토시로 737% 폭등했다. 다음날 23만4500사토시로 76% 더 오르면서 이틀 만에 1100% 상승률을 기록했다. 비슷한 기간 밸리디티(584%)와 디지바이트(241%) 등도 급등세를 탔다. 그러나 이들은 전부 나흘만인 3일 오후 고점 대비 반토막 이상 손실률을 기록 중이다.

BTC마켓은 원화 대신 비트코인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비트코인을 구매해 이곳에 상장된 코인을 사고 팔다보니 비트코인 시세 등락에 따른 ‘환차손’, 코인 자체의 높은 변동성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시장 참여자가 적어 손절매도 쉽지 않다. BTC마켓 거래대금 1위인 레이븐코인의 이날 거래대금은 374억원으로 원화마켓 1위 도지코인(9605억원)의 3.9%에 불과하다. 수급이 몰릴때야 거래가 원활하겠으나 ’하한가’ 상황에선 내 코인을 사줄 사람이 없다는 의미다.

비트코인 하락·횡보장이 이어지자 선물·마진 거래를 위해 미국 거래소 바이낸스에 진출하는 경우도 늘고있다. 암호화폐별로 ‘롱 포지션’을 취하면 코인 가격이 오를 때 수익이 나고, ‘숏 포지션’은 그 반대다. 여기에 레버리지를 걸어 마진 거래도 하는데 문제는 비트코인 시세 방향성이 종잡을 수 없다는 데 있다.

일주일 이상 시세가 6000만원대 후반을 오르내리면서 어설프게 방향을 잡고 마진거래에 나섰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직장인 블라인드에는 “하락에 베팅했는데 갑자기 가격이 올라 청산(자산을 모두 잃는 것)당했다” “고점 회복을 기대해 상승에 걸었는데 청산 직전이다”는 식의 탄식이 이어졌다.

암호화폐 시장은 지속적으로 투자자가 유입되고 있다. 업비트와 제휴를 맺은 케이뱅크는 한 달 전보다 고객 수가 146만명 늘어 537만명을 기록했다. 2018~2020년 3년간 유치한 고객(157만명)과 비슷한 규모를 한 달만에 확보한 것이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