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지식재산권(지재권) 한시적 면제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진보 정치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연일 관련 주장을 내세우고 있고, 민주당 일각에서도 ‘백신 외교’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미 연방정부도 세계무역기구(WTO)와 협의 절차를 시작했다. 미국이 주저하는 동안 중국, 러시아 등이 백신 외교에 선제 대응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론 클레인 백악관 비서실장은 2일(현지시간) CBS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미 무역대표부(USTR)가 코로나19 백신을 더 많이 공급·허가하고, 공유할 방안에 대해 WTO와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제약회사가 전 세계에 대규모 비용을 들여 모든 사람이 예방접종을 받는 데 아무런 장벽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믿는다”며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 대표가 WTO에서 협의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재확산이 가파르게 이뤄지면서 자국 제약회사들의 지재권을 한시적으로 면제해 백신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는 압박을 받아왔다. 미 무역대표부는 그간 코로나19 백신 개발 제약사 대표들과 업계 관련자, 전문가들과 접촉해 의견을 수렴해 왔다.
클레인 비서실장은 “이와 관련해 며칠 내에 더 말할 게 있을 것”이라며 백악관의 추가 입장 발표도 예고했다.
다만 화이자와 모더나, 존슨앤드존슨 등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하는 미국 제약회사들은 지재권 적용 중단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미 상무부와 백악관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작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는 백신 외교의 필요성이 연일 제기되고 있다. 샌더스 의원은 NBC방송 ‘미트 더 프레스’에 나와 “다양한 국가에서 백신이 생산돼야 한다. 제약회사들이 백신의 지재권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염병이 다른 나라에서 계속 퍼진다면 다시 돌아와 우리를 물 것”이라며 “세계 나머지 국가를 도와야 한다는 것은 미국의 도덕적 의무일 뿐 아니라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난한 나라의 수백만명이 아직 백신을 맞을 수 없다. 선진국에서 백신을 맞을 수 있다는 건 도덕적으로 불쾌한 일”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샌더스 의원은 민주당 상원의원 9명과 함께 지난주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한시적 지재권 면제 지지를 촉구하는 의견서도 제출했다. 이들은 서신에 “미국의 명성을 되돌릴 수 있을 뿐 아니라 팬데믹을 더 빨리 종식시킬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썼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를 “‘백신 외교’를 위한 노력”이라고 평가하며 “중국과 러시아가 개발도상국에 적극적으로 백신을 배포하면서 지지를 얻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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