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 “전세계 예방접종 장벽 없애야”… WTO와 논의 시작

입력 2021-05-04 04:02
EPA연합뉴스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지식재산권(지재권) 한시적 면제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진보 정치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연일 관련 주장을 내세우고 있고, 민주당 일각에서도 ‘백신 외교’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미 연방정부도 세계무역기구(WTO)와 협의 절차를 시작했다. 미국이 주저하는 동안 중국, 러시아 등이 백신 외교에 선제 대응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론 클레인 백악관 비서실장은 2일(현지시간) CBS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미 무역대표부(USTR)가 코로나19 백신을 더 많이 공급·허가하고, 공유할 방안에 대해 WTO와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제약회사가 전 세계에 대규모 비용을 들여 모든 사람이 예방접종을 받는 데 아무런 장벽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믿는다”며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 대표가 WTO에서 협의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재확산이 가파르게 이뤄지면서 자국 제약회사들의 지재권을 한시적으로 면제해 백신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는 압박을 받아왔다. 미 무역대표부는 그간 코로나19 백신 개발 제약사 대표들과 업계 관련자, 전문가들과 접촉해 의견을 수렴해 왔다.

클레인 비서실장은 “이와 관련해 며칠 내에 더 말할 게 있을 것”이라며 백악관의 추가 입장 발표도 예고했다.

다만 화이자와 모더나, 존슨앤드존슨 등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하는 미국 제약회사들은 지재권 적용 중단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미 상무부와 백악관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작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는 백신 외교의 필요성이 연일 제기되고 있다. 샌더스 의원은 NBC방송 ‘미트 더 프레스’에 나와 “다양한 국가에서 백신이 생산돼야 한다. 제약회사들이 백신의 지재권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염병이 다른 나라에서 계속 퍼진다면 다시 돌아와 우리를 물 것”이라며 “세계 나머지 국가를 도와야 한다는 것은 미국의 도덕적 의무일 뿐 아니라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난한 나라의 수백만명이 아직 백신을 맞을 수 없다. 선진국에서 백신을 맞을 수 있다는 건 도덕적으로 불쾌한 일”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샌더스 의원은 민주당 상원의원 9명과 함께 지난주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한시적 지재권 면제 지지를 촉구하는 의견서도 제출했다. 이들은 서신에 “미국의 명성을 되돌릴 수 있을 뿐 아니라 팬데믹을 더 빨리 종식시킬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썼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를 “‘백신 외교’를 위한 노력”이라고 평가하며 “중국과 러시아가 개발도상국에 적극적으로 백신을 배포하면서 지지를 얻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