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자폭탄 권장하자는 집권당 최고위원

입력 2021-05-04 04:03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최고위원이 임기 첫날부터 어이없는 주장을 내놨다. 그는 3일 강성 친문계의 문자폭탄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시하는 분들의 의사 표시는 당연히 권장돼야 한다. 정치인들은 거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발언했다. 문자폭탄을 적극 옹호한 것이다. 그가 ‘의사 표시’라고 미화했지만 기실 문자폭탄은 집단 괴롭힘에 더 가깝다. 강성 친문계는 의원들이 자신들의 생각과 다른 의견을 내면 전화번호를 공유해 많게는 수천개의 문자를 집단적으로 보내 항의한다. 말이 항의이지 욕설과 인신공격성 표현, 위협성 발언도 적지 않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문자폭탄이 의원들의 자유로운 의사 개진을 가로막고 결국 입을 다물게 한다는 점이다. 매일 쏟아지는 문자폭탄과 위협적 언사에 의원들이 배겨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4·7 재보선 뒤 반성문을 썼던 초선 의원 5명도 ‘초선 5적’ ‘배신자’ 등의 문자폭탄에 시달린 뒤 결국 한발 물러났었다. 문자폭탄을 보내는 극성파는 1000~2000명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이들의 의견이 과잉대표되는 것 역시 올바른 당론 형성에 방해가 되는 요소다. 71만 권리당원을 제치고 이들 수천명의 문자폭탄이 당론을 좌우할 때가 많아서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문자행동으로 당심이 왜곡되고 마침내 민심과 괴리됐었다”고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문자폭탄이 권장돼야 한다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최고위원부터 이런 생각을 갖고 있으니 과연 제대로 쇄신할 수 있겠는가. 송영길 신임 대표는 이런 엉뚱한 주장이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문자폭탄 근절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송 대표 역시 경선 과정에서 “다른 걸 틀린 것으로 규정하고 상대방 의견을 완전히 진압하려는 (문자폭탄) 행태를 바꿔야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런 문자폭탄을 그냥 내버려둔다면 재집권은 요원해진다는 당 안팎의 경고를 흘려듣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