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가 되려는 기독 청년들에게 먼저 된 이들은 “세상의 곤고함을 위로하라”고 주문했다. 자신의 전공 학문을 더 큰 사회적 난제들과 연계해 연민의 눈으로 파고들지 않는다면 학자가 아닌 지식 기술자로 불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반도평화연구원(KPI)은 지난 1일 온라인 화상 플랫폼 줌을 통해 ‘신앙과 학문’ 2차 모임을 열었다. KPI는 기독교 정신에 기초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비전 전략 정책대안 등을 연구하는 학술단체다. ‘신앙과 학문’은 이 가운데 시니어, 주니어 기독학자와 이제 막 학문의 길에 들어선 대학원생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기독학자로서의 성숙과 공동체성을 만들어가려는 세미나다. KPI 원장인 조동준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의 사회로 전우택 연세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교실 교수가 ‘신앙의 길, 학문의 길-학자가 되려는 기독 청년들에게’ 제목으로 강연했다.
KPI 이사장인 김지철 전 소망교회 목사가 전 교수 강연에 앞서 ‘예수님에게 배우는 공부법’을 제목으로 짧은 메시지를 전했다. 누가복음 2장에서 예루살렘 성전에 올라간 소년 예수님의 모습을 통해 듣고 묻고 대답하기의 중요성을 환기했다. 김 목사는 “질문은 지혜의 시작이며 질문이 없으면 답이 없다”면서 “듣기 질문하기 대답하기에 깊이 체득된 사람이 진정한 지혜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이사야 50장 4절 전반부 “주 여호와께서 학자들의 혀를 내게 주사 나로 곤고한 자를 말로 어떻게 도와 줄 줄을 알게 하시고”라는 말씀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히브리어로 학자는 ‘리무딤’인데 이는 ‘하나님께 먼저 가르침을 받은 자’란 뜻”이라며 “학자는 땀이 아닌 혀로 세상에 기여하는 사람이고 전공 학문을 더 큰 사회적 곤고함과 연계해 도와주고 위로해줘야 하는 사명을 지녔다”고 말했다. 경영인처럼 돈을 버는 실업(實業), 정치인처럼 권력을 좇는 허업(虛業)과 견주어 학문은 영원한 가치를 추구하는 영업(永業)이라고 했다.
전 교수는 이어 4절 후반부 “아침마다 깨우치시되 나의 귀를 깨우치사 학자들 같이 알아듣게 하시도다”도 소개했다. 10대 시절부터 큐티로 하루를 열어온 전 교수는 개인 큐티 노트가 154권째라고 한다. ‘사람의 통일을 위하여’ ‘트라우마와 사회치유’ ‘의료선교학’ 등의 저술을 소개한 그는 “학문 현장에서 기독인으로 살기가 녹록지 않다”면서도 “신앙과 전공 학문, 그리고 사회적 곤고함의 세 가지를 늘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지난달 3일 열린 1차 모임에선 외교통상부 장관을 역임한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가 강대국 사이에 놓인 ‘중간국 피스메이커’로서의 삶과 신앙을 이야기했다. 이창현 KPI 사무국장은 “다음 달 5일엔 박형동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가 강연할 예정”이라며 “2학기에도 신앙과 전공 학문을 통합해 온 시니어 학자들과 신진들의 만남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