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원 ‘도로 친문 지도부’

입력 2021-05-03 04:05
더불어민주당 송영길(가운데) 신임 당대표와 김영배 백혜련 전혜숙 최고위원, 윤호중 원내대표, 김용민 강병원 최고위원(왼쪽부터)이 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임시 전국대의원대회에서 꽃다발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서 ‘친문’ 권리당원의 막강한 영향력이 또다시 드러났다.

2일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결과는 한마디로 ‘친문·여성 후보 쏠림’으로 요약된다. 초접전이 펼쳐진 당대표 선거에서는 송영길 의원이 권리당원 득표율 35.95%로 36.62%를 기록한 홍영표 의원에 뒤처졌지만 대의원·당원여론조사에서 앞서며 총 0.59% 포인트 차이의 신승을 거뒀다.

대의원 45%·권리당원 40%·국민 10%·일반당원 5%의 투표반영비율을 고려하면 송 의원이 친문으로 분류되는 홍 의원의 권리당원 득표율 차이를 다른 곳에서 최대한 좁히며 승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권리당원 득표율이 순위를 결정했다. 특히 당내 강경파 초선의원 모임 ‘처럼회’의 주축인 김용민 의원이 권리당원 득표율(21.59%)에서 1위를 기록했고, 최종결과(17.73%)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강병원 의원도 권리당원 득표율(20.24%) 최종결과(17.28%) 모두 2위를 차지했다. 이어 백혜련·김영배·전혜숙 의원이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반면 지역 정서를 파고든 호남 출신 서삼석 의원과 황명석 논산 시장은 권리당원 투표에서 각각 9.95%와 6.87%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고배를 마셨다.

이번 최고위원 선거 결과는 친문과 여성 후보 쏠림 현상이 특징이다. 실제로 당선된 후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권리당원에 호소한 후보들이 다수 당선됐다.

검찰개혁을 열망하는 권리당원의 표심이 선거 결과에 반영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용민 의원은 당내 대표적인 검찰개혁론자로 꼽히고, 백혜련 의원도 민주당 법사위 간사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 주요 국면에서 활약했다. 검찰개혁 논란이 계속되던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서는 법사위원인 김종민 의원이 권리당원 투표와 최종 득표율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1년 전 전대와 마찬가지로 이번 전대에서도 권리당원은 확실한 캐스팅보터라는 사실이 입증됐다. 한 수도권 의원은 “약 42%에 달하는 권리당원 투표율을 보면 SNS를 중심으로 한 권리당원의 세결집이 당내 선거에서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