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손정민(22)씨가 지난달 25일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된 후 30일 시신으로 발견됐다. 한강에서 시신을 발견한 사람은 경찰이 아닌 민간구조사 차종욱(54)씨였다. 차씨는 정민씨의 아버지 손현(50)씨가 지난달 28일 온라인에 올린 호소 글을 접하고 수색 활동에 자발적으로 나섰다고 했다. 아버지의 호소가 온라인에서 관심을 끌면서 다른 실종 가족들도 연이어 온라인을 통해 사건을 알리고 있다.
차씨는 2일 통화에서 “20대 초반 남성이라 별일 아닐 거라 생각했는데 아버지가 애타게 찾고 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쓰였다”며 “인터넷에도 주변에서도 이 사건이 계속 귀에 들어와서 결국 현장으로 갔다”고 말했다.
정민씨 빈소에는 이날 조문객 발길이 쉼 없이 이어졌다. 아버지 손씨는 빈소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절박한 마음에 글을 올렸는데 큰 관심을 받아 힘이 됐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블로그에 사건 내용과 아들의 어릴 적 사진 등이 담겨 있는 게시물을 올렸다. 해당 글에는 6300여개의 응원 댓글이 달렸다.
정민씨 실종 사건이 이례적으로 큰 힘을 얻은 데에는 부친의 호소문이 큰 역할을 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글을 보면 ‘남 일 같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며 “기사가 아니라 피해자 가족을 통해 직접 사건을 접한 대중이 많아 심리학적으로 동일시 효과가 더 커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호소 글은 실종 가족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다함께 걱정하고 있다는 자체로도 위안이 된다. 임 교수는 “온라인에 사연을 올리는 자체로도 치유 효과가 있다”며 “모르는 이들이 응원을 해주면 더 큰 심리적 지지를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손씨는 “많은 응원을 받아 세상이 살만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경찰은 실족사, 타살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고 조사 중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전날 머리 부위의 자상은 직접 사인이 아니며 육안으로는 정확한 사인을 알 수 없다는 1차 구두 소견을 내놨다. 정밀 검사는 15일 후 나올 예정이다.
온라인에는 비슷한 처지에 있는 가족의 호소가 잇따르고 있다. 충북 청주 상당구에서 지난달 28일 실종된 A씨를 찾는 가족의 글이 최근 여러 커뮤니티에 공유됐다. A씨 가족은 “딸이 사라져 피가 마르고 있다”며 “제발 도와달라”고 적었다. 하지만 A씨도 2일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시후(14)군의 모친이 지난달 14일 온라인에 올린 글도 다시 공유되고 있다. 시후군은 지난해 7월 부모의 이혼으로 아버지와 살게 됐지만 이후 생활반응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임 교수는 “앞으로 온라인을 통한 호소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온라인 공론화의 부작용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민씨 사건의 경우 내막이 낱낱이 공개되면서 ‘누가 의심된다’는 식의 2차 가해가 벌어지고 있다. 확인되지 않은 익명 제보 등이 오히려 상황을 혼란스럽게 만들 수도 있다.
박민지 신용일 전성필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