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우리 정부를 맹비난하는 등 담화 3건을 한꺼번에 발표한 데 대해 지난해 6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던 것처럼 후속조치 이행을 예고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미 담화는 상대적으로 급이 낮은 외무성 대변인 및 미국 국장 명의로 내며 수위를 조절했지만,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대남 담화는 북한 주민들이 모두 보는 노동신문에 공개했고 연락사무소 폭파를 실행한 전례가 있다는 점에서 남측에는 강력한 압박조치가 뒤따를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지난해 6월 김 부부장은 2차례 담화에서 남측이 탈북민단체의 전단 살포를 방치했다고 거칠게 비난하며 강력한 ‘대응조치’를 언급했다. 담화가 나온 직후 북한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군사행동 조치를 예고하며 한반도 정세를 최악으로 몰아갔다.
김 부부장은 2일 ‘쓰레기들의 준동을 심각한 도발로 간주한다. 상응한 행동을 검토해 볼 것”이라는 경고 담화를 다시 발표했다. 지난해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면서 그가 거론한 ‘상응행동’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김 부부장이 3월 한·미 연합훈련을 비난한 담화에서 거론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정리, 금강산국제관광국 및 관련 기구 폐지가 유력한 선택지로 꼽힌다. 이들 기구의 실제 운영이 미진해 폐지해도 큰 타격이 없고, 남북 교류를 없앤다는 상징성도 있다는 평가다.
김 부부장이 당시 함께 꺼냈던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카드도 유효하다. 지난해 6월 북한군은 금강산·개성공업지구 군대 전개, 접경지역 군사훈련 등 대남 군사행동계획을 검토했다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격 보류’ 결정으로 무마했다. 당장은 없던 일이 됐지만 보류라는 점에서 언제든 재개가 가능한 셈이다.
미사일 추가 도발도 가능하다. 지난 3월 시작된 담화 공세와 순항·탄도미사일 발사의 연장선상이란 분석이다. 다만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하거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공개하는 선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현재로선 높아 보인다. 미국 본토를 직접 위협할 수 있는 이른바 ‘레드라인’을 넘는 고강도 도발로 곧바로 이어지긴 쉽지 않다는 의미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이번 담화는 도발을 정당화하기 위한 북한의 명분 쌓기다. 한·미 정상회담에 맞춰 도발할 수 있다”면서도 “북한이 ‘판을 깰 정도’의 도발에는 나서지 않을 것”으로 봤다.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만 비난한 것이 아니라 대북적대정책 유지를 시사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의회 연설, 미 국무부의 북한 인권 문제 비판도 함께 겨냥한 것이란 점에서 기싸움의 측면이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미 대북정책 발표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한반도 상황의 주도권을 한·미가 아닌 북한이 갖고 있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성격이 있다”며 “대북친서 등을 통해 미국의 새 대북정책이나 정상회담 결과를 북한에 설명할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영선 김성훈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