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이 시찰한 中핵잠수함 “美본토 전역 타격 미사일 탑재”

입력 2021-05-03 04:02
중국 094A형 핵잠수함 ‘창정 18호’ 함상 위에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CCTV 캡처

최근 중국 남해함대에 실전배치된 신형 전략핵잠수함(SSBN)에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이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핵잠수함 취역 행사에 참석해 직접 시찰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일 군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달 23일 중국 해군 창설 72주년 기념행사 때 094A형 SSBN이 처음 선을 보였다”며 “이 잠수함은 사거리가 1만㎞ 이상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쥐랑 3’(JL-3)을 발사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094형을 업그레이드한 094A형은 추진시스템 문제 등을 개선해 더욱 강력한 탄도미사일인 JL-3을 탑재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기존 094형 핵잠수함에는 알래스카와 미 서부를 타격할 수 있는 ‘쥐랑 2’(JL-2)가 탑재돼 있다. 그러나 이를 개량한 094A형은 JL-3을 실을 수 있어 미 대륙 전체를 사정권에 뒀다는 것이다. 사거리가 1만㎞인 JL-3은 중국군이 실전배치를 서두른 가장 강력한 SLBM으로 알려져 있다. JL-2는 대형 핵탄두 또는 각각 다른 표적을 공격하는 최대 8개의 탄두를 실을 수 있다. JL-3 역시 이와 유사한 구조로 추정된다.

‘창정 18호’로 명명된 094A형 핵잠수함은 해군 창설 72주년 행사 때 해군에 정식으로 인도됐다.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시 주석은 하이난성 싼야 해군기지에서 열린 행사에서 창정 18호에 올라 각종 장비를 점검했다. 당시 중국 관영 매체가 보도한 사진을 보면 시 주석 왼쪽 바닥에 대형 동그라미가 있는데, 이는 SLBM 발사관 뚜껑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중국이 의도적으로 미국을 향해 핵전력을 과시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중국은 자국의 군사력 강화를 ‘적극적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재래식 전력으로는 미국을 따라잡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비대칭 전력의 하나인 미사일 개발에 집중해 왔다. 중국의 군사 평론가 쑹중핑은 “중국은 핵 선제공격을 하지 않는다고 약속했지만 강력한 SSBN 함대는 중국군의 보복 공격 능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은 현재 094형 및 094A형 SSBN을 6척 보유하고 있고, 낡은 모델을 대체할 새로운 SSBN 2척을 건조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그간 중국 잠수함은 소음이 커 탐지가 잘되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미 포브스는 중국의 신형 핵잠수함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거리에 진입하기 전 미군의 제1열도선을 지나야 하고 P-8 대잠초계기 등에 의해 탐지돼 공격받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중국 관영 매체에 따르면 마웨이밍 해군 소장 주도하에 최대 약점으로 꼽혔던 소음 문제도 대폭 개선됐다고 한다.

제1열도선은 미국이 중국의 진출을 막기 위해 일본 오키나와와 필리핀에 걸쳐 설정한 저지선이다. 일본 언론은 최근 미국이 제1열도선을 따라 대중 미사일망을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의회에 제출한 예산 지출 요망서에 따르면 중국 대항 방안의 핵심으로 ‘제1열도선을 따라 정밀공격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