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상사에게 30분마다 업무 보고를 하도록 지시받았다. 잦은 보고 때문에 다른 일 처리가 어렵다는 A씨의 토로에 상사는 “원래 10분 단위 보고인데 30분으로 해준 것”이라며 “옛날에는 1분마다 업무보고서를 작성했다”고 핀잔을 줬다.
B씨의 상사는 상명하복을 가장 중요시한다. 회식마다 술잔을 비우길 강요하고, 업무는 토를 달지 않고 시키는 대로 하라는 게 원칙이다. 젊은 직원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상사 입에서 “개념 없는 90년대생”이라는 폄하가 나왔다는 게 B씨의 설명이다. “부르면 크게 대답하고 빨리 뛰어와” “상사가 들어오면 일하다가도 멈추고 일어나 인사하라”는 상사의 등쌀에 B씨는 지칠 대로 지쳤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지난달까지 제보된 갑질 사례 가운데 2일 공개된 내용이다. 직장갑질119는 “상명하복을 미덕으로 생각해온 1960, 70년대생들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들 나이대의 직장인과 90년대생이 직장에서 체감하는 분위기는 크게 달랐다. 실제 이 단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3월 17∼23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50대의 63.7%가 “갑질이 줄어들었다”고 응답한 반면 20대는 51.8%가 “줄지 않았다”고 답했다.
김유경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가해자로 지목된 상사가 조사 과정에서 ‘라떼는’(나 때는)을 앞세워 사실을 부정하거나 피해자를 가해자로 몰아 맞대응하는 사례까지 적지 않다”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제정된 가장 큰 배경이 왜곡된 조직문화와 상명하복식 위계라는 점을 지속해서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