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유산 상속이 마무리되며 삼성그룹에 대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배력이 한층 공고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현재 국회 계류 중인 ‘삼성생명법’(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처리 여부에 따라 삼성생명의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박용진·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각각 대표 발의한 이 개정안은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액을 ‘시가’로 평가해 한도를 총자산의 3%로 제한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현행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사는 계열사의 주식·채권을 총자산의 3%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이때 기준은 주식·채권의 현재 가격이 아닌 취득원가다.
삼성생명은 현재 삼성전자 지분 8.51%(5억815만7148주)를 보유하고 있다. 해당 주식을 취득할 당시 가격은 5444억원으로 총자산의 3%를 넘지 않으나, 지난달 30일 삼성전자 종가 기준으로 해당 주식의 시가는 41조4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생명의 총자산은 310조원이므로 개정안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총자산의 3%, 즉 9조3000억원을 초과하는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따라서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 32조원(지분 6.6%)어치를 팔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기존에 삼성물산의 1대 주주였던 이 부회장은 이번 상속을 통해 삼성생명 지분 10.44%를 보유하면서 삼성생명의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지분을 통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상속이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개정안 통과에 따라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팔아야 할 경우 삼성전자에 대한 삼성생명의 지배력 역시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삼성생명의 지분을 처분해야 할 경우 이를 삼성물산에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만약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지배구조를 단순하게 만들기 위해 다른 계열사보다도 삼성물산이 떠맡을 가능성이 크다”며 “상속이 마무리됐으나 개정안 통과 여부에 따라 삼성그룹의 계열 내 지배구조와 지분 변경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