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주점 된 호텔 객실… 집합금지 피해 불법영업 무더기 적발

입력 2021-05-03 04:02

경기남부경찰청과 경기도 수원시 관계자로 단속반 10여명이 지난달 30일 오후 11시쯤 수원 인계동의 한 호텔 객실에 들이닥쳤다.

손님으로 추정되는 50대 남성은 술에 취해 침대에 누워있고 도우미로 보이는 30대 여성은 화장실로 급히 몸을 숨겼다. 술 취한 50대 남성은 단속반을 향해 “뭐가 문제에요”라고 따졌다. 단속반원이 “지하 유흥주점에서 영업을 못하니까 여기 들어와 하는 거잖아요”라고 말하자, 50대 남성은 “맘대로 하세요”라고 답했다. 방 한켠엔 뜯지 않은 음료수캔 수백개와 맥주잔 수십개가 쌓여 있었다.

또 다른 객실에선 “애인하고 술 마시는데 뭐가 잘못이냐”고 따지는 남성도 있었다. 어떤 객실에는 룸살롱처럼 양주와 얼음, 술상이 차려져 있었다.

호텔 관계자는 숨어있다가 나타났다. 단속반이 “숨지 말고 나오세요. 여기서 유흥주점 영업을 하고 있잖아요. 장부 확인했으니까 어디에요”라고 말하자 그때서야 나와 객실 현장을 안내했다.

호텔 관계자는 “유흥업소 영업에 사용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방을 내준 것”이라며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에 배짱 장사로 어떤 손님인지 가려가며 받을 수는 없다”고 하소연 했다.

유흥주점 문을 닫고 호텔 객실에서 술을 마시는 이른바 ‘변종 유흥주점’ 실태가 드러났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인터넷 등을 이용해 암암리에 손님을 모아 불법 영업을 하는 유흥업소들에 대한 첩보를 입수해 경찰관 250여명을 동원해 경기 남부지역 유흥가 곳곳에서 일제 단속을 벌였다고 2일 밝혔다.

총 28개 업소 210명을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 혐의로 적발했다. 노래연습장이 14곳으로 가장 많았고 유흥업소 11곳, 무허가 유흥업소 3곳이 단속됐다. 경찰은 적발된 업소들을 방역수칙 위반으로 지자체에 통보할 방침이다.

감염병예방법 상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어기고 적발된 업소에 대해서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서울과 부산 등 유흥업소를 통한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늘며 확산세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가용할 수 있는 치안력을 총동원해 불법 영업이 근절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