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식 비핵화 모델은 경제제재를 지렛대 삼아 상대방을 협상 테이블로 이끄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란은 2010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제재로 석유 수출길이 막히면서 한때 최악의 경제난에 직면했다. 제재를 견디지 못한 이란은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독일 6개국과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으로 불리는 핵 합의를 체결한다.
이란식 모델을 곧바로 북한에 적용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 이란은 신정일치 체제이면서도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 등 민주주의 제도도 채용하고 있어 비핵화를 바라는 국민 여론이 지도부에 전달될 수 있었다. 이에 반해 1인 독재체제인 북한에서는 경제제재에 따른 주민들의 불만이 정책 변화를 끌어낼 가능성이 희박하다.
경제 구조 측면에서도 북한과 이란은 차이가 크다. 석유가 주력 수출품인 이란은 대외 경제 의존도가 높아 국제사회의 제재가 상당한 경제적 타격을 입힐 수 있었다. 반면 북한은 내부적으로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데다 외부적으로는 중국이 북한 경제 붕괴를 막는 지지대 역할을 하고 있어 경제제재가 제대로 효과를 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북한은 핵무기 개발에서도 이란보다 몇 수 위다. 북한은 핵실험만 여섯 번 해본 경험이 있을 뿐 아니라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보유하고 있다. 우라늄 농축 제한을 부과하는 대가로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수준이었던 JCPOA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려운 협상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핵무기 신고 요구를 완강히 거부하며 협상을 교착 국면으로 끌고 간 바 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