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록’ 한번에 쏟아지는 시선 “힘듭니다”

입력 2021-05-04 04:07
코로나19 장기화와 미세먼지로 중증 천식 환자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갑작스러운 기침 증상이 나타날 때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까지 받아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5일은 ‘세계 천식의 날’이다. 코로나19 유행으로 호흡기 질환이 더욱 조심스러운 요즘, 중증 천식 환자들은 참을 수 없는 기침 증상을 보일 때마다 신체적 고통은 물론 주변의 따가운 눈총으로 인해 정신적 고통까지 겪고 있다. 환자 스스로도 코로나19에 걸리면 더 치명적이기 때문에 두려움이 크다. 실제 코로나19 유행 이후 천식 환자들의 약 50%는 불안감과 우울증이 증가했고 이런 정신적 고통은 천식 증상 조절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보고가 나와있다.

10년째 중증 천식을 앓고 있는 김모(여·62)씨는 신호가 짦은 횡단보도를 건너는 일도 쉽지 않다. 기침이 멈추지 않는 순간 옆에 도와줄 사람이 없으면 죽음의 공포까지 느낀다. 코로나19가 유행하고 나서는 눈치가 보여 집밖에 나갈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는다. 최근 기존 치료제로 조절되지 않는 중증 천식 환자들을 위한 새로운 치료약이 나왔지만 건강보험이 되지 않아 비싼 약을 써 볼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천식은 비교적 가벼운 병으로 치부되는데, 김씨처럼 중증 천식 환자들의 사정은 다르다. 중증 천식은 기존 치료제들을 적절히 썼는데도 증상이 잘 조절되지 않고 폐기능 감소가 진행된다. 중증 천식은 전체 천식의 약 3~10%를 차지한다. 중증 천식 환자들은 매일같이 고용량의 흡입 스테로이드약을 사용함에도 지속적으로 악화하는 게 특징이다.

국내 천식 환자는 2015년 인구 기준으로 약 113만명으로 추정되며 이 가운데 7만명가량이 중증 천식으로 파악되고 있다. 근래 연구에서 성인 천식 환자의 50~70%가 ‘제2형 염증성 천식’에 해당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세계천식기구(GINA)는 2019년 개정 치료 가이드라인을 통해 기존 치료제로도 조절되지 않는 중증 천식의 경우 제2형 염증 여부를 꼭 확인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제2형 염증 반응은 면역 체계 불균형으로 나타난다. 집먼지진드기나 꽃가루, 동물털, 곰팡이 등 알레르기 물질에 의해 유발되는 천식이거나 기준치를 넘는 높은 호산구 및 호기산화질소 수치 등이 확인되면 가능성이 높다. 숨을 쉬기 어렵고 가슴이 답답한 증상이 나타난다. 한 번 시작하면 멈출 줄 모르는 발작적 기침이나 쌕쌕거림도 동반된다.

한 전문가는 3일 “2형 염증 반응이 일어나면 기도에 염증이나 부종이 발생하고 기도의 근육(평활근)이 과도하게 발달하면서 기도를 수축시킨다. 또 기도 과민증으로 외부 자극에 더 취약해지는 것은 물론 기도 내 조직이 굳어 심한 경우 기도 폐쇄를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증 천식을 일으키는 2형 염증 반응은 증상이 조절되지 않아 더 많은 용량의 스테로이드를 사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 장기간 스테로이드 사용은 백내장이나 고혈압, 골다공증 등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어 무작정 쓰기에 위험 부담이 크다. 이 때문에 새로운 치료약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성인 천식 환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2형 염증성 천식 치료제로 유일한 생물학적의약품(듀피젠트)이 지난해 4월 국내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 약을 쓰려면 연간 약 2000만원을 지불해야 해 환자들로선 그림의 떡이다. 새로운 치료제가 하루 빨리 건강보험 급여권에 들 수 있도록 정부의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