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프로농구가 마지막 무대인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잇따른 악재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플레이오프(PO) 직후 선수단 내부 폭행사고에 이어 과거 발생한 음주운전 사고까지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한국농구연맹(KBL)은 당사자에 빠르게 징계를 내리는 등 수습에 전력했지만 팬들의 동요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규리그 1위 전주 KCC와 3위 안양 KGC는 3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1차전을 시작으로 챔피언결정전 시리즈를 개시한다. 7전 4선승제로 진행되는 이번 승부에서 KCC는 구단 통산 6번째 우승을, KGC는 3번째 우승을 노린다.
정작 시즌 최고의 축제를 코앞에 두고 농구계 분위기는 침울하다. 서울 삼성은 1일 “어제(지난달 30일) 구단에서 한 선수의 음주운전 사실이 확인됐다”며 내부 상벌위 개최 계획을 밝혔다. 삼성 소속 A(24) 선수는 지난달 7일 경기도 용인에서 음주운전 사고를 낸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삼성 구단 관계자는 “선수에게 연락해 사실 확인을 한 상태”라며 “시즌 종료 뒤 휴가 중에 일어난 일이라 선수가 사건을 구단에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진상 파악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해당 선수는 구단에 “(파문이 커질까 봐) 무서워서 알리지 못했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A선수 음주운전 보도 당일인 30일 연맹은 재정위원회를 열어 울산 현대모비스 내부 폭행 사건과 관련해 기승호(36)를 제명하기로 결정했다. 기승호가 지난달 26일 4강 PO 탈락 뒤 시즌 뒤풀이 회식에서 술에 취해 동료 선수 4명을 폭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연맹이 기승호와 관련해 나름 빠르게 징계를 결정했음에도 이를 수습하기도 전에 A선수 음주운전이라는 악재가 터진 셈이다.
연맹 관계자는 “(A선수 징계를 위한) 재정위 일정은 늦어도 4일까지는 결정될 것”이라 말했다. 현재로서는 챔피언결정전 시리즈가 열리는 와중에 재정위가 열릴 가능성이 상당하다. 잔치 와중에 중징계 소식이 들리는, 팬들과 선수 모두가 민망한 상황이 연출되는 셈이다.
악재에도 불구하고 이번 챔피언결정전의 볼거리 자체는 다양하다. 전창진 KCC 감독과 김승기 KGC 감독은 감독-선수, 감독-코치 등으로 인연을 쌓은 사제지간이다. 전창진 감독에게는 과거 승부조작 의혹을 벗고 정규리그 우승에 이어 명예회복을 완결지을 기회고, 김승기 감독에게는 본인의 통산 두 번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달성할 수 있는 자리다.
KCC는 앞서 4강 PO에서 끝까지 분투한 인천 전자랜드를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송교창이 돌아온 뒤 누르며 정규리그 우승팀의 위용을 과시했다. 국내 최고의 조직력과 높이가 압도적이다. KGC는 기존 탄탄한 팀워크에 리그 막판 영입한 미국 NBA 출신 외국인 선수 제러드 설린저를 더해 PO 6연승이라는 기록을 썼다. 내외곽을 가리지 않는 폭발력 덕에 설린저는 ‘설교수’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선수들의 각오도 만만치 않다. KCC 이정현은 30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제가 KCC에 온 이유는 챔프전에 진출해 우승 반지를 끼는 것이었다. 드디어 목표를 향해 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KGC 전성현은 “제가 이 자리까지 오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저 스스로도 ‘전성현, 너 좀 많이 컸다’고 생각한다”면서 “우승이 정말 간절하다”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