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공매도가 재개되면서 한국 증시가 충격을 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가파르게 오른 만큼 투자자들의 급락 공포도 크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 폭락장 이후 1년 2개월 간 코스피는 3200을 넘어서며 저점(1439.43) 대비 120% 넘게 상승했다. 코스닥은 419.55에서 1000선으로 약 140%나 올랐다.
투자자들은 공매도 재개로 증시 상승세가 꺾이고 또다시 박스권에 갇히는 게 아니냐고 염려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바이오업계나 2차전지, 테마주 등 막연한 기대감에 고평가된 섹터의 경우 조정 가능성있다고 본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공매도는 고평가주를 팔되 저평가주를 사들이는 ‘페어 트레이드’인 만큼 중장기 추세를 바꿀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바이오 등 일부 업종은 시세를 전부 버블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현재 주가가 얼마나 적정한가에 있어선 논란이 될 수 있다”며 “성장성은 높다 하더라도 시각에 따라 (시세에 대한) 의견이 엇갈릴 수 있는 곳이라면 공매도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 열기가 과열됐던 2차 전지 관련주나 실적 뒷받침없이 주가만 고공행진한 테마주도 대상으로 꼽힌다.
김 센터장은 그러나 “시장 전체적으로 본다면 (공매도 효과는) 중립이라고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가하락에만 베팅하는 공매도도 있겠지만 상당수는 페어 트레이딩”이라며 “공매도는 실적이 잡히지만 저가 매수는 눈에 보이지 않다보니 우려가 생긴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부는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종목에 한해 공매도를 허용하는 것을 두고 ‘부분 재개’라고 강조하지만 해당 종목군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사실상 ‘전면 재개’라는 게 대체적 평가다.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종목 수는 각각 코스피와 코스닥의 26%, 11% 수준이지만 시가총액은 89.3%, 48.4%를 차지한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내 주식시장 수급 여건의 변화 조짐’ 보고서에서 “공매도 금지 직전 코스피200과 코스닥150의 일간 공매도 대금은 각각 1조원, 2000억원으로 각각 거래대금의 8.4%, 4.3%를 차지했다”며 “공매도 금지는 하루 1조원 이상 주식시장 매도 압력을 완화하는 효과를 거뒀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특히 코스닥 시장이 공매도 재개 영향을 더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매도 금지 후 코스피200과 코스닥150에서 공매도 잔고비율 하락과 대차잔고(투자자가 주식을 빌린 뒤 갚지 않은 물량) 감소가 공통적으로 관찰됐지만, 수급 효과는 코스닥150에서 상대적으로 컸다. 코스피200의 공매도 잔고비율이 금지 기간 중 0.7% 포인트 감소한 데 비해 코스닥150은 배 수준인 1.3% 포인트 하락했다. 중소형주가 공매도 금지에 따른 수급 개선 효과를 더 크게 봤다는 뜻이다.
다만 일부 섹터의 타격은 있다 하더라도 공매도 재개가 시장 안정에 도움을 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 후 외국인의 헤지(위험분산) 수단이 선물 매도로 제한됐다”며 “이로 인해 비정상적이고 극단적인 ‘백워데이션’(현물 대비 선물 가격 저평가)이 오랜 기간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공매도 재개가 크게 벌어진 현·선물 가격차(베이시스)를 정상화해 증시 안정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그는 “대규모 공매도가 이뤄진 종목은 상승이 쉽지 않다지만 공매도가 (상승 추세를 꺾어) 고점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라며 “공매도가 금지되지 않았던 2015년과 2018년, 2번의 증시 고점을 살펴보면 공매도가 크게 증가하는 시점은 고점 이후 본격적 하락이 진행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공매도는 증시 하락을 가속화할 수는 있어도 상승하는 증시의 방향성을 틀지는 못한다는 얘기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2011년~2016년 국내 증시가 장기 박스권을 형성했을 때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이 높았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지수가 오를 만하면 공매도 탓에 막힌다’는 논리는 인과관계가 뒤바뀐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주가는 이익에 수렴하기 마련이다. 당시 국내 상장사 이익 전망은 밝지 않았다”며 “2008년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중국 경기둔화 리스크로 수출 기업을 중심으로 이익 전망이 정체되다 보니 국내 증시 방향성도 상실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매도는 그런 상황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전략이라 결과적으로 거래가 늘었던 것이지, 공매도 자체가 한국 증시를 박스권에 가둔 원인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주식을 빌리지도 않고 파는 무차입 공매도 등 불법 공매도를 엄단한다는 방침이다. 공매도 잔고가 상장주식수의 0.01% 이상이면서 평가액이 1억원 이상이거나 상장주식수와 무관하게 평가액이 10억원 이상이면 그 내역을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에 보고해야 한다. 위반하면 건당 최대 1억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강창욱 강준구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