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 총장’ 벗어난 후보군… 文의 마지막 칼은 누구

입력 2021-04-30 00:02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는 29일 회의를 열고 김오수(왼쪽부터) 전 법무부 차관과 구본선 광주고검장, 배성범 법무연수원장,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를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법무부 장관에게 추천했다. 연합뉴스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에 참석한 한 추천위원은 29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최종 후보군 4명에 들지 못한 이유를 “득표 숫자가 적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후보 압축은 추천위원이 적격 후보를 4명씩 제시해 최저 득표자를 뺀 뒤 재차 투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법무부 관계자가 회의 시작 때 수원지검의 이 지검장 수사 상황을 간략히 설명했고, 이 지검장의 득표가 확인된 후엔 자연스레 별다른 논의가 없었다고 한다. 회의 말미에 한 추천위원이 “이 지검장도 적절한 인물”이라며 최종 후보군을 5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최종 후보군 4명은 검찰 안팎에서 우려하던 ‘방탄 총장’ 일색의 명단은 아니었다. 법조계에선 외부 민간위원들의 역할이 컸을 것으로 관측했다. 탈락한 인사나 포함된 인사를 보면, 정권의 의중을 고려하지 않고 ‘소신 추천’을 한 고민이 엿보인다는 얘기였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역대 추천위 중 가장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이 최종 낙점된다면 검찰 개혁의 명분이 내세워질 가능성이 크다. 그는 2019년 10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임한 뒤 장관 직무대행으로 법무부를 이끌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의지를 보였던 ‘형사사건 공개 금지’ 규정 완성에도 관여했다. 직접수사 부서를 축소하는 내용의 검찰 직제 개정 작업도 했다.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검찰 개혁 이해도가 높은 인물로 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검찰청 범죄정보1담당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역임해 수사 경험도 인정받는다.

기획과 특수를 병행해온 구본선 광주고검장은 중립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검찰과 정권의 갈등이 한동안 계속돼온 것을 감안하면 ‘중재 노력’을 할 수 있는 인물로 구 고검장이 적합하다는 것이 검찰 내부 평가다. 한 법조계 인사는 “대검 차장검사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합을 맞추면서도 정권에 각을 세우거나 상처를 입지 않은 인물”이라고 평했다. 그를 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이쪽이나 저쪽으로 쏠리지 않는 스타일” “방임하거나 순종하는 길을 택할 사람은 아니다”는 말이 나왔다.

법조계는 배성범 법무연수원장이 최종 4명에 든 사실을 의미 있게 바라봤다. ‘강력통’ 배 원장은 2019년 하반기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조 전 장관 수사, 청와대의 하명수사 및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수사를 총괄했다. 이런 배 원장의 포함은 이 지검장의 탈락과 함께 추천위가 정권의 뜻에만 따르지 않았다는 결과로 해석된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총장의 의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서울중앙지검장과 이견이 있으면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다는 사실이 최근 1년여간 입증되지 않았느냐”고 했다.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검찰 내부 신망이 두텁다. 그는 지난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윤 전 총장의 ‘검·언 유착’ 의혹 사건 수사지휘권 박탈 당시 ‘절충형 특임검사’를 제안해 법무부와 검찰 갈등 해소를 위해 노력했다. 추 장관이 윤 전 총장의 징계를 청구했을 때에는 “한 발만 물러나 달라”고 직언했다. 고검장들을 참여시켜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 교사 의혹 사건을 마무리한 것도 슬기로운 처리로 평가받았다. 한 전직 검찰총장은 “사건을 해결할 때마다 차기 총장에서 멀어진다는 여론도 있었지만, 그럴수록 조 직무대행이 가장 적합해 보였다”고 말했다.

이경원 허경구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