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겸 “文정부 부동산 정책, 심리전서 졌다”

입력 2021-04-30 04:03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문재인정부 두 번째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문재인정부 부동산정책의 패착을 “시장에 ‘정부 대응이 약하다’는 신호를 주다가 심리전에서 졌다”고 분석했다. ‘서울 흑석동 부동산 투기’ 논란이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해 총선 출마에 나선 데는 “내 마지막 딱지를 ‘흑석’으로 붙이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집권 초기 과감한 보유세 강화를 통해 정부가 (부동산 문제에) 대단히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신호를 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되돌아갈 수 있다면 대통령 지지율이 70%일 때 더 담대한 정책을 펼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2019년 3월 청와대 대변인 임기 중 거액의 대출금을 끼고 흑석동 재개발 상가를 매입한 사실이 드러나 대변인 자리에서 물러났다. ‘흑석 김의겸’ 꼬리표가 그에게 붙었고, 그는 더불어민주당 21대 총선 공천에서 배제됐다. 김 의원은 “당시 명예회복을 위해선 선거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열린민주당에 합류한 김 의원은 사퇴한 김진애 의원의 비례대표직을 승계해 지난달 25일 국회에 입성했다.

김 의원은 ‘흑석동 상가는 투기가 아닌가’라는 질문에 잠시 망설이다 “억울하고 하소연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답했다. 그는 민주당 현장조사소위원회가 ‘투기는 아니었다’는 취지로 작성한 100쪽 분량의 보고서를 내보이며 “당시 위원회가 무혐의 결정을 내렸지만 민주당이 정무적 판단으로 공천에서 배제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의원은 “이미 엎질러진 물인데 어떻게 주워 담을 수 있겠느냐”며 “조롱과 비아냥을 감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성공해야 나 역시 나에게 따라붙은 꼬리표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변인 재임 당시 남북 정상회담에 배석했을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에게 인간적인 심정을 느꼈다”고 회고했다. 김 의원은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김 위원장의 무거운 표정과 줄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면서 그의 고민에 어느 정도 공감했다”고 했다. 김 부부장에 대해선 “휴대폰 프로필 사진으로 갓 돌이나 지난 듯한 아기 사진을 걸어놨길래 갓난아이를 돌볼 수 없는 처지의 엄마 심정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