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전설의 수문장’… 신화용 “지도자로 우승컵 들고 싶다”

입력 2021-04-30 04:07
수원 삼성 소속으로 뛰던 신화용이 2018년 9월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전북 현대와 경기 중 승부차기에서 선방한 뒤 환호하는 팬들을 향해 박수치고 있다. 신화용은 이 경기 승부차기 선방으로 팀을 4강으로 이끌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골키퍼 신화용(38)은 프로축구 K리그에서 ‘레전드’ 반열에 오른 선수다. 리그 최고의 골키퍼로 꼽히며 많은 우승컵을 들었고, 가는 팀마다 충성심 높은 모습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몸담은 수원 삼성과 친정팀 포항 스틸러스가 다음 달 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그의 합동 은퇴식을 열기로 한 것도 그래서다.

은퇴식 일정이 발표된 29일 국민일보와 통화한 신화용은 생각보다 담담한 말투로 심정을 말했다. 그의 은퇴 결정은 지난달 인터뷰 기사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신화용은 “은퇴 보도 뒤 다른 프로구단에서 뛰어달라는 제안이 오기도 했다”고 털어놓으며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 번복하지 않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근 그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일선 현장에서 골키퍼 무료클리닉 등 재능기부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신화용은 명실상부 K리그 역사를 대표하는 수문장 중 하나다. 리그 통산 337경기를 뛰어 410경기를 뛴 이운재에 이어 골키퍼 통산 6위에 올라있고 무실점 경기는 신의손(사리체프)과 함께 통산 114경기로 공동 6위다. 특히 300경기 이상 치른 골키퍼 중 페널티킥에서 실점하지 않는 비율은 25.6%로 역대 4위다. 2000년대 후반 포항의 전성기를 함께했고 이후 수원에서 2시즌간 ACL 4강을 견인하는 등 활약했다.

그러나 2018년 수원과 계약이 종료된 뒤 허리 디스크 부상으로부터 회복이 길어졌다. 그는 “2018년 12월 2일 마지막 경기(제주 유나이티드전)를 뛸 때만 해도 끝일 거라 생각도 못 했다”면서 “허리를 다친 뒤 회복하는 게 생각보다 순조롭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수술 뒤 재활에 나섰지만 겨울 이적시장에서 입단 제의를 받지 못하고 은퇴를 결정했다. 현재는 골키퍼 코치를 준비 중이다. 올해 안에 코치 자격증을 취득한다고 가정했을 때 이르면 다음 시즌에 경기장으로 돌아올 수 있다.

남은 계획은 지도자로서 우승컵을 다시 드는 일이다. 신화용은 “포항에서는 우승을 많이 해본 만큼 수원에 와서도 팬들과 우승 세리머니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면서 “선수로서는 불가능한 일이 됐지만 지도자나 코치로 팬들과 우승컵을 든다면 뜻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수원과 포항 팬들은 최근까지도 SNS상에서 그를 응원해줬다. 신화용은 “팬들과 울고 웃었던 시간이 너무나 감사하다. 선수로서는 경력을 마감하지만 기회가 되는대로 경기장에서 팬들을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