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분기부터 이어져온 해상운임의 가파른 상승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는 해운업계와 달리 국내 수출기업들은 운임 부담에 선박 부족까지 겹치며 “돈을 줘도 배를 못 잡는다”고 어려움을 토로한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HMM의 주가가 장중 4만500원까지 치솟으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컨테이너 운송 15개 항로의 운임을 종합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지난 23일 기준 2979.76을 기록하며 2009년 10월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1년 사이 3배 이상 올랐다.
뿐만 아니라 국내 수출기업들이 주로 이용하는 미주 서안과 유럽 노선 운임도 같은 날 각각 1FEU(40피트 컨테이너 1개)당 4967달러, 1TEU(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당 4325달러를 찍으며 모두 전년 대비 최소 3배 이상 폭증했다.
업계는 해상운임 상승은 경기 회복에 따른 물동량 증가와 이에 따른 주요 항만 적체, 이로 인한 내륙운송 지연 및 컨테이너 부족 등이 한 데 맞물린 결과라고 말한다. 특히 지난달 말 발생한 수에즈운하 사고로 통항이 지연된 게 큰 영향을 끼쳤다.
해상운임의 고공행진은 연말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배재훈 HMM 사장은 이런 현상이 “최소한 한두 달은 더 갈 것”이라 전망했다. 지난 27일 산업통상자원부가 개최한 ‘수출입물류 현안 점검 및 상생협의체’ 회의에서는 높은 운임과 선적 공간 부족이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란 예측도 나왔다.
이 때문에 해운업계에는 ‘어닝 서프라이즈’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지만, 국내 중소 수출기업들은 이래저래 어렵기만 한 상황이다. 중국에서 출발해 한국에서 남은 선적공간을 채우고 미국, 유럽 등으로 향하는 해외 선사의 컨테이너선을 주로 이용하는 국내 기업들은 아예 배에 물건을 싣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돈을 더 준다며 자기들 물건을 실어달라고 하는 바람에 우리나라 물건이 배에서 빠지기도 하더라”며 “돈을 낸다고 해도 잡을 수 있는 선박, 컨테이너가 없어 선사한테 끌려다니는 상황”이라고 했다.
수출기업의 어려움이 계속되자 해양수산부와 HMM 등 국적선사는 임시 선박을 긴급 투입하고, 선복량 일부를 중소기업에 우선 제공하는 등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현 상황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누적된 구조적 문제에 따른 것이라 쉽게 해소되긴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