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 초선 표심에 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 ‘시계제로’

입력 2021-04-30 00:04

국민의힘이 30일 의원총회를 열고 신임 원내대표를 선출한다. 예측 불가인 초선 표심과 ‘영남당 논란’은 원내대표 경선 판세를 안갯속으로 빠뜨렸다. 4파전인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기 어려운 만큼, 결국 1대1 승부로 펼쳐질 결선투표를 앞두고 후보 간 합종연횡이 치열할 전망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29일 “그 누구도 정확하게 판세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각 후보가 자체적으로 표 계산을 할 수는 있지만 대다수 의원이 누구를 지지하는지 서로 묻지도, 말하지도 않으면서 시계제로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의원들이 표심을 꼭꼭 숨기는 원내대표 경선 특성상 결과 예측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우선 56명에 달하는 초선 의원들의 존재가 판세 분석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출신 지역, 이념 성향 등이 제각각인만큼 초선 의원 표심의 향배를 예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출사표를 던진 권성동 김기현 김태흠 유의동 의원은 이들을 잡기 위해 지명직 최고위원, 초선 중심의 혁신위 등을 약속한 바 있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초선 의원이 특정후보에게 표를 몰아주자는 기류는 없다”며 “자율적으로 알아서 투표하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불거진 ‘영남당 논란’도 의원 표심의 변수로 꼽힌다. 6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에 출마선언을 한 조해진(경남) 의원을 비롯해 주호영(대구) 조경태(부산) 의원 등 영남 출신이 다수 나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역 안배 필요성이 부각됐다. 당의 투톱인 당대표와 원내대표 모두 영남이 싹쓸이할 경우 외연확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원내대표 후보 중 유일한 영남 출신인 김기현(울산) 의원은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이러쿵저러쿵하는 건 지나친 억측”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번 원내대표가 영남이냐, 비영남이냐가 향후 당대표 경선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또 지난해 21대 총선 참패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계파 갈등이 촉발되면서 이번 원내대표 경선이 계파 대리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소추위원장이었던 비박(비박근혜)계 권성동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에 뛰어들자, 친박(친박근혜)계에서 견제구를 날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가 간접적으로 김기현 의원을 지원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김기현 의원도 친이(친이명박)계로 분류되지만, 권 의원보다는 계파색이 엷다는 평이다.

후보 4명이 겨루는 1차 투표에서 과반(51표) 확보자가 없으면 1, 2위 후보 간 결선투표가 진행된다. 결국 결선투표에 진출한 후보가 3, 4위 후보들의 표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승부가 결정되는 셈이다. 이에 물밑에서 후보 간 합종연횡이 벌써 이뤄졌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후보들은 29일도 막판까지 총력전을 이어갔다. 4명 모두 개별적으로 의원 한 명이라도 더 만나기 위해 의원회관을 누비고, 투표에 앞서 열리는 토론회 준비에 집중했다.

이상헌 강보현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