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무슨 일이든 내 판단으로 실행했고 그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학교에서 시험을 볼 때는 출제자 입장에서 문제를 생각했고 그 예측은 거의 적중해 성적은 최상위권이었다. 원하던 최고의 대학에 들어가고 집안은 어려웠지만 입시과외를 해서 회사원인 선배들보다 몇 배의 수입을 올렸다. 그러다 회사에 들어갔는데 사업부 청산으로 인한 직원 고용승계의 문제를 참신한 아이디어로 단시간에 원만하게 해결했다. 이 일로 큰 경제적 보상과 함께 회사에서 인정받기 시작하니 내 생각을 더욱 신뢰하게 됐다.
그 후 결혼하고 가사를 분담하고 여행도 자주 다니며 행복한 신혼생활을 보냈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아이를 출산한 후 아내는 아이에게만 신경 썼고 내겐 가족 부양의 책임감만 더해졌다. 서로 관심이 멀어지자 자연히 부딪히기 시작했다. 자유는 없고, 의무와 책임만 있는 삶이 무척 힘들었다.
마침 아무도 없이 고요한 깊은 바다가 눈에 들어오며 스쿠버 다이빙에 빠져들었다. 날마다 열대바다의 아름다움을 꿈꾸다 결국 긴 휴가를 이용해 세계 곳곳으로 다이빙 여행을 떠났다. 다이빙 강사 자격증을 따고, 외국의 작은 다이빙숍에 투자하며 몇 달씩 나가 지냈다. 해외로 떠나면서 ‘오늘부터 휴가인데 다이빙 좀 다녀올게’ 했더니 아내는 ‘그래, 니 마음대로 하고 살아’ 했다. 아내와의 불화는 심해지고, 경제는 더욱 힘들어졌다. 살얼음판을 걷던 어느 날 드디어 문제가 터졌다. 심한 말다툼이 몸싸움으로 이어졌고 아내는 딸과 함께 집을 나갔다. 1주일 만에 연락이 됐는데 아내는 어느 자매의 간증을 보고 한마음교회에 갔다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 돌아왔다. 너무 놀라고 궁금해 방송에 나간 성도들의 간증을 섭렵하기 시작했다. ‘어? 여긴 뭐가 좀 다르네. 정말 사람이 변하네.’ 성도들의 확신에 찬 모습에 감동하며 가족과 함께 교회로 향했다. 그런데 별다른 프로그램도 없고 예배 형식도 자유롭고 설교 내용도 부활의 복음만 단순하게 전했다.
어느 날 중고등부 예배에서 부목사님이 요한복음의 ‘마귀가 벌써 시몬의 아들 가룟 유다의 마음에 예수를 팔려는 생각을 넣었더니’라는 말씀을 선포하며 ‘연가시’라는 기생동물 영상을 보여줬다. 사마귀를 조종해 죽게 하고, 다시 기생할 생명체를 찾아다니는 장면을 보며 내 생각이 바로 내가 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나를 위한 생각’이라는 것이 세상 마귀가 주는 것이었고, 나를 죽이고 멸망시키기 위해 지금까지 교묘하게 ‘생각’이라는 도구로 나를 조종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걸 붙잡은 내가 갈 곳은 사마귀가 물에 빠져 죽듯이 언젠가 나도 죽어 결국 지옥갈 수밖에 없음을 단번에 알게 됐다. ‘그러면 내 생각의 참 주인이 누구지’라는 질문의 답이 딱 보이며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이 선명히 비춰졌다. ‘하나님, 회개합니다. 내 생각이 결국 마귀가 주는 것이었어요. 지금껏 내가 주인 되어 내 마음대로 살아왔어요. 부활하신 예수님을 주인으로 믿지 않았던 죄를 회개합니다.’
예수님을 영접한 후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그간 찌들어있는 세속적인 가치관이 아니라 실재하는 영원한 것을 바라보고 추구하는 가치관으로 변화됐다는 것이다. 바다에 대한 생각도 단번에 접었고, 아내와의 관계도 회복돼 결국 복음을 전하는 동역자가 됐다. 이제 더 이상 내 생각의 덫에 걸리지 않는다. 날마다 주님의 말씀에만 순종하며 영혼을 살리는 일에 모든 열정을 쏟을 것이다.
이수호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