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출 규제와 함께 시동을 건 정부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투자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주요 3개 소부장 연구개발(R&D) 과제 수혜를 입은 기업들의 누적 매출이 지난해 말 기준 215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아직 예산 집행이 완료된 상황이 아니라서 성과로 평가 가능한 매출액 규모는 향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일 의존도 100%였던 반도체 장비 등을 국산화해 대기업과 성능 시험을 하는 사례 등이 나오는 점도 성과물이다. 일본 수출 규제 17개월, 소부장 투자 15개월이 만들어 낸 긍정적 변화상으로 꼽힌다.
2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소부장 투자가 시작된 시점은 2019년 하반기다. 일본 정부가 2019년 7월 시행한 대(對) 한국 수출 규제가 발판이 됐다. 이에 산업부는 그해 8월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을 발표하고 관련 기술 국산화 지원에 팔을 걷어붙였다. 추가경정예산 배정으로도 이어지며 2019년 9월부터 투자가 시작됐다. 산업부는 크게 3가지 분야 R&D에 초점을 맞췄다. 소재부품 기술개발(1815억원), 제조장비 실증지원(320억원), 반도체·디스플레이 성능평가지원(350억원)에 모두 2485억원을 투입했다.
어떤 효과가 있었을까. 아직 중간 평가 단계이기는 하지만 결과는 고무적이다. 3개 분야 R&D 지원을 받은 기업들의 지난해 말 기준 누적 매출액은 2151억원에 달한다. 정부 예산 투자 규모에는 아직 못 미치지만 부수적인 효과가 돋보인다. 기업이 생산설비 구축 등을 통해 3826억의 투자를 단행했다. 신규 고용 인원은 385명 늘었고 특허 출원 건수도 271건에 달한다. R&D 예산 집행 기간이 마무리되면 매출액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R&D 투자가 매출로 이어진 데는 정부가 제조기업과 수요기업 간 연계를 도운 점이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미코세라믹스’가 꼽힌다. 미코세라믹스는 100% 수입에 의존하던 반도체 화학기상증착(CVD) 장비용 고온 히터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일본이 전 세계 시장의 95%를 점유하는 장비이기도 하다. 개발한 기술은 이날 SK하이닉스와의 업무협약을 통해 현장에 시험 적용된다. 기술이 있어도 수요처가 없어서 기술을 사장하던 과거와는 판이하게 달라진 모습이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연대와 협력의 대표적 사례”라며 “이러한 움직임이 소부장 산업과 제조업 산업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