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보유 중인 지분을 유족 간에 어떻게 배분할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삼성그룹 전체의 지배구조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유족 간에 협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유족들이 28일 공개한 유산 상속 방안에는 주식 배분 관련 내용은 없다. 아직 유족 간에 협의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이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재수감되면서 가족이 모여 협의할 시간이 부족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9일에는 이 부회장이 충수염 수술로 한 달가량 입원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가족 간에 이견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삼성전자 측은 “이견이 있는 것은 아니다. 조만간 지분 분할 내역도 공개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주식 배분은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에 직결된 문제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 17.33%를 보유한 최대주주고,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5%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최대주주로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구조인 셈이다. 반면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0.7%에 불과해 직접적인 지배력이 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부회장 지분은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0.91%)보다 적다. 때문에 이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 4.18% 중 상당수가 이 부회장에게 상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법정 비율대로 상속됐을 가능성은 낮다”면서 “가족 간에 원만한 합의에 기반해 상속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 4.18%, 삼성전자 우선주 0.08%, 삼성생명 20.76%, 삼성물산 2.88%, 삼성SDS 0.01%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분의 가치는 약 19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상속세법에 따른 법정 상속 비율은 홍 전 관장이 3분의 1(33%), 이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이 각각 9분의 2(22%)다. 상속대상 주식 19조원 중 홍 전 관장은 6조3000억원, 이 부회장을 비롯한 자녀들은 각각 4조2000억원을 상속하는 셈이다.
유족들은 삼성생명 최대주주 변경 신청을 할 때도 상속 지분 배분에 대한 결정은 하지 않았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은 이 부회장에게 많이 배정하고 삼성생명 주식은 다른 가족이 더 가지는 쪽으로 정리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유족 간에 지분 배분이 마무리되면 삼성전자 지배구조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지분은 매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속세 납부를 위한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삼성SDS, 삼성생명 지분 일부 등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족들은 연부연납 제도를 통해 상속세를 6회에 걸쳐 나눠 내기로 했다. 상속세 재원은 보유 예금, 금융기관 차입 등을 통해 마련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등에서 받는 배당금도 주요 재원이다. 이 회장 등 5명의 총수 일가는 지난해 삼성전자의 특별배당금까지 포함해 총 1조3079억원을 배당 받았다. 특별배당이 없는 해에는 8000억원 안팎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연부연납을 하면 올해 4월 1차로 2조원을 납부하고 나머지는 5회에 걸쳐 낸다. 올해 상속세는 배당금과 예금, 대출 등을 통해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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