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기업공개(IPO)의 ‘대어(大魚)’로 꼽히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일반 공모주 청약 첫날 증거금이 22조원 가량 몰렸다. 공모주 균등 배정 방식이 적용되고, 중복 청약이 가능한 마지막 대형주라는 점이 흥행을 이끌었다. 첫날부터 청약 건수가 균등 배정 물량을 넘어선 증권사들이 나와 최소 증거금을 넣어도 1주도 못 받는 경우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 주관사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28일 진행된 SKIET 일반 청약의 통합 경쟁률은 78.93대1, 청약 증거금은 22조1594억원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 증거금을 끌어모았던 SK바이오사이언스의 첫날 기록(14조1473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특히 청약 첫날 기준으로도 공모주 균등 배정이 수포로 돌아간 증권사들이 나왔다. 균등 배정이란 최소 증거금(10주, 52만5000원)을 낸 투자자들에게 일반 청약 물량의 50%를 동등하게 나눠주는 것이다. 나머지 50%는 증거금 액수에 따라 공모주가 배정되는 비례 방식이 적용된다.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의 균등 배정 물량은 9만5491주인데, 청약 건수는 각각 54만5469건, 66만7981건이 들어왔다. 이럴 경우 균등 배정 물량은 모두 추첨 배정으로 전환된다. 최소 증거금을 넣어도 1주도 못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SK증권도 청약 마지막날인 29일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앞서 SKIET와 동일한 청약 방식이 적용됐던 SK바이오사이언스 청약에선 증거금이 총 64조원 모이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당시 균등 배정에 따라 여러 증권사 계좌에 최소 증거금 이상을 넣는 방법으로 예상보다 많은 주수를 가져가는 경우가 생기자, 개인투자자들은 이번 청약에도 적극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공모주 중복 청약은 6월부터 금지된다. 이날 온라인 청약이 몰리면서 일부 주관사들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은 오전 한때 지연되기도 했다.
SKIET 공모가는 10만5000원으로, 상장 첫날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형성된 뒤 상한가 직행)’에 성공하면 27만3000원까지 오른다. 최대 시세 차익은 주당 16만8000원인 것이다.
SKIET는 SK이노베이션의 소재사업 자회사로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분리막을 생산한다. 주민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분리막 생산은 진입장벽이 높은데, SKIET의 여러 기술을 고려하면 ‘탑티어’ 분리막 업체”라고 분석하고, 적정 주가로 18만원을 제시했다.
공모주 청약 열풍은 지난해 SK바이오팜을 시작으로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풍부한 시중 유동성을 바탕으로 주식, 암호화폐 등 위험 자산에 대한 개인들의 투자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직장인 이모(31)씨는 “지난해 투자로 큰 이득을 본 주변 지인들을 보고 공모주 청약을 포함한 주식, 암호화폐 등 여러 방면으로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