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자원개발 공기업의 운명이 두 차례에 걸친 장고 끝에 ‘더욱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귀결됐다. 한국광해관리공단과 합병 예정인 한국광물자원공사를 제외한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가 대상이다. 다만 이번 권고안대로라면 우량 자산까지 매각 대상에 오를 수 있지 않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구리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에서 해외 기업에 칠레 구리광산 지분을 매각한 것은 구조조정에 치우치다가 캐시카우(수익 창출원)를 놓친 대표 사례로 회자된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가 이명박정부의 해외자원개발 색채를 지우는 데에만 급급하는 등 악수를 두지 말고 ‘실리’에 좀더 집중할 것을 주문하고 나섰다.
해외자원개발 혁신 2차 태스크포스(TF)는 28일 서울 강남구 안다즈호텔에서 회의를 개최하고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할 권고안 최종본을 논의·확정했다. 2018년 7월 마무리된 1차 TF가 권고한 해외자원개발 공기업 구조조정의 큰 틀을 유지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에 집중했다. 지난해 6월 완전자본잠식상태에 빠진 한국석유공사는 2029년까지 재무 상황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가스공사 역시 부채비율을 글로벌 가스기업 수준인 280%로 줄이라고 지적했다. 역시 2029년까지라는 시한을 제시했다. 산업부가 지난해 5월 발표한 ‘자원개발 종합계획’의 기한(2020~2029년)을 참조한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하지 않도록 일부 내용을 수정했다. 1차 TF의 경우 해외자산 매각 대상 1순위를 한국 기업으로 꼽았었다. 당시 기업들의 협상 의지가 없다 보니 구조조정의 큰 틀인 매각 작업이 순조롭지 않았다. 이를 ‘최적 매수자에게 매각한다’는 내용으로 바꿔 속도를 내기로 했다. 대신 소위 ‘알짜배기’ 자산은 나눠서 관리하는 게 났다는 입장을 더했다. 한국석유공사가 보유한 우량자산의 경우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해 분리 운영하자는 안을 내놨다. 한국가스공사 역시 안정적인 가스 공급을 위한 해외자원개발 투자 전략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팔 건 팔되 자원 안보 차원에서 필요한 자산은 잘 관리해가자는 취지로 읽힌다.
우려되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매각 대상 자산의 경제성을 가늠하거나 측정하기 어렵다는 점이 난제다.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최근 매각한 칠레 산토 도밍고 구리광산 지분 30%의 경우 시점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10년간 투자액(2억4000만 달러)의 62.5% 수준인 1억5000만 달러를 받고 캐나다의 캡스톤 마이닝 사에 지분을 넘겼다. 세계 경제 회복 기조로 구리 가격이 지난달 말 기준 t당 8942.5달러까지 치솟은 상황에서 손해를 보고 판 것이다. 다른 광물 등 원자재가의 오름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차 TF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자원을 확보해 둘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