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소문 돌리자 날아든 고발장… 상처 덧난 ‘택배 갈등’

입력 2021-04-29 00:05 수정 2021-04-29 14:56
28일 강동경찰서 앞 택배노조 기자회견. 연합뉴스

서울 강동구 고덕동 A아파트에서 빚어진 ‘택배 대란’이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의 택배노조 고발 사태로 이어졌다. 택배 노동자들의 현실을 알아 달라는 호소문을 A아파트 입주민 문 앞에 비치한 택배노조 관계자 2명을 아파트 측이 주거침입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택배노조는 28일 서울 강동경찰서 앞에서 A아파트 일부 입주민과 경찰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해도 해도 너무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지난 13일 ‘택배 노동자도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택배 노동자와 함께해 주세요’라는 문구가 담긴 호소문을 A아파트 집집마다 배포했다. 노조 관계자는 “테이프 등을 이용해 부착한 것은 아니었고 호소문을 돌돌 말아 문고리에 걸어놨다”고 설명했다. 호소문 비치 작업은 과거 택배 노동자로 일했던 노조 간부 2명이 진행했다.

노조는 전체 53개동 중 네 번째 동을 돌다 관리사무소의 제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관리사무소 측이 입주민들의 신고가 들어왔다며 경찰을 불러 택배노조의 호소문 배포를 막았다는 것이다. 강동경찰서는 지난 21일 호소문을 배포한 노조 간부 2명에게 경찰서로 출석하라는 문자를 보냈다. 노조는 “노동환경이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후퇴하는 현실의 문제점을 알린 것에 대해 이렇게 고발을 당하고 경찰 출석 통보까지 받는 상황이 억울하다”고 말했다.

다만 A아파트 입주민들은 “지난 12일은 지하주차장 폭발물 설치 전화로 주민들이 보안에 매우 민감한 상태였다”며 “그런 상황에서 이튿날 아파트 담당 배달 기사가 아닌 분들이 단지를 돌아다니고 있으니 경찰 신고를 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강동서는 이날 ‘택배노조 2명이 무단으로 아파트에 들어와 집 앞에 전단을 꽂아뒀다’는 내용의 112신고를 아파트 측으로부터 받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고발이 들어왔으니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신고자와 피고발인을 소환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택배노조는 29일 A아파트 측과 저상차량 도입에 합의한 CJ대한통운 대표를 서울지방노동청에 고발하고, 오는 5월 1일 대의원 투표에서 총파업 돌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아파트와 택배노조의 갈등은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측이 주민 안전과 시설 훼손 등을 이유로 지난 1일부터 택배 차량의 단지 내 지상도로 진입을 막고 지하주차장으로만 이동하게 하면서 불거졌다. 노조는 아파트 입구에 차량을 대고 일일이 배달 작업을 할 경우 노동 강도가 높아진다며 반발하고 있다. 주차장 진입이 가능하도록 저상차량으로 개조할 경우에도 허리를 굽힌 채 작업해야 해 노동 강도가 세진다는 입장이다. 반면 아파트 측은 택배사들과 저상차량 개조를 위한 충분한 논의를 거치고 1년여의 유예기간도 뒀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며 맞섰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