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유산 가운데 1조원이 국내 의료사업 목적으로 기부되면서 ‘사회공헌을 위해 사재를 출연한다’던 13년 전 약속도 지켜지게 됐다. 국내 최초 감염병 전문병원 건립 등 감염병 대응에 7000억원, 어린이 환자 지원에 3000억원이 쓰인다.
이 회장의 유족들은 28일 삼성전자를 통해 감염병 전문병원 건립과 관련 연구에 7000억원, 소아암·희귀질환 등 어린이 환자 지원에 3000억원 등 1조원을 의료공헌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유족이 의료사업에 기부를 결정한 것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부각된 감염병 대응의 중요성 등을 고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족들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다양한 사회환원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 최초 감염병 전문병원인 ‘중앙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에 5000억원이 활용될 예정이다. 일반·중환자·고도 음압병상, 음압수술실, 생물안전 검사실 등 첨단 설비까지 갖춘 150병상 규모로 건립될 계획이다. 나머지 2000억원은 감염병 대응 인프라로 사용된다. 구체적인 용처는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최첨단 연구소 건축 및 설비 구축,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연구 지원 등이다.
어린이 환자 지원에 쓰일 3000억원 중 2100억원은 앞으로 10년간 소아암, 희귀질환 어린이들 가운데 가정형편이 어려운 환아를 대상으로 사용한다. 백혈병·림프종 등 13종류의 소아암 환아 지원에 1500억원, 크론병 등 14종류의 희귀질환 환아들을 위해 600억원을 지원한다. 나머지 900억원은 소아암과 희귀질환 임상연구, 치료제 연구를 위한 인프라 구축 등에 쓰일 예정이다.
이 회장은 앞서 2008년 4월 차명계좌를 통한 조세 포탈 등 혐의로 조준웅 특별검사팀으로부터 기소되자 삼성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차명 재산을 모두 실명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실명 전환한 차명 재산 중 벌금과 누락된 세금을 납부하고 남은 것을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말했다. 당시 수사로 드러난 차명 재산은 4조5000억원 규모였는데 이 중 1조원가량이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 회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됐지만 형 확정 후 4개월 만에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 등을 이유로 특별사면을 받았다. 이후 삼성그룹에서 사회환원과 관련해 여러 방안이 검토됐지만 2014년 이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지며 한동안 논의가 중단된 바 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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