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삼성 이건희 회장 일가의 의미 있는 사회 환원

입력 2021-04-29 04:03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재산 중 1조원이 국내 감염병 대응 인프라 구축과 어린이 환자 지원에 쓰인다. 이 회장이 수집한 고가의 미술품 중 2만3000여점은 국공립 미술관에 분산 기증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홍라희 여사 등 이 회장 상속인들이 28일 밝힌 유산 사회 환원 계획은 규모 면에서 놀랍고 내용도 의미 있다. 고인과 유족의 통 큰 기부 결정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상속인들이 납부할 상속세는 12조원 이상이다. 종전 국내 최고 상속세액의 10배가 넘는 막대한 액수다. 총 26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 회장 유산 가운데 12조원이 상속세로 나가고, 사재 출연과 소장품 기증을 통해 3조원이 사회에 환원되는 셈이다. 2008년 특검의 삼성 비자금 수사 당시 이 회장이 “실명 전환한 차명 재산 가운데 벌금과 누락된 세금을 납부하고 남은 것을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했던 약속이 이번에 지켜지게 됐다. 사재 출연의 용처는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감염병 대응 등 의료 사업으로 결정됐다. 5000억원이 국내 최초 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에, 2000억원은 백신·치료제 개발 연구 지원 등에, 3000억원은 소아암·희귀질환 어린이 지원에 사용된다. 기부금을 효율적으로 투입해 감염병 대처 역량을 한층 높이고 소아 희귀질환 연구에 속도를 내는 게 곧 고인의 유지를 실현하는 길일 것이다.

‘이건희 컬렉션’ 중 상당수를 기증한다는 결정도 박수받을 일이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비롯한 국보급 문화재와 김환기, 클로드 모네 등 국내외 거장들의 작품을 국민들이 즐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가치 있는 예술품이 해외로 유출되거나 사장되지 않고 국공립 미술관에 모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유족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이 회장의 뜻에 따라 다양한 사회 환원 사업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이 말대로 이 회장 일가의 사회공헌이 일회성 기부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다른 기업가와 자산가들에게 귀감이 됐으면 한다.

이 회장은 생전 인터뷰에서 “상속세는 정직하게 계산해야 한다. 선친(이병철 회장)께서도 국민이 납득할 세금을 내라고 했다”고 밝혔다. 최고 재벌가라도 12조원이 넘는 막대한 상속세를 한꺼번에 내기는 어려우므로 이 회장 상속인들은 오는 30일 2조원을 납부한 뒤 나머지를 5년간 분납할 것으로 보인다. 말썽이나 잡음 없이 납세가 이뤄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