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가 매년 실손보험 보험료를 큰 폭으로 높이고 보장 수준을 낮추고 있음에도 5년째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국내 30개 보험사의 실손보험 보유계약이 3496만건으로 전년 대비 54만건(1.6%) 늘었다고 28일 밝혔다. 실손보험은 보험가입자가 부담한 의료비 중 일정 금액을 보장하는 상품이다.
상품종류별로 자기부담금이 최대 20%인 2세대 표준화 상품이 53.7%(1877만건)로 가장 비중이 컸다. 자기부담금이 없는 1세대 상품과 자기부담금이 최대 30%인 3세대 상품은 각각 24.4%, 20.3%였다.
실손보험 보험료 수익은 신규 가입, 보험료 인상 등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지난해 보험료수익은 10조5469억원으로 전년 대비 6751억원(6.8%) 늘었다.
문제는 고객에게 받는 돈(보험료)보다 지급하는 돈(보험금)이 많다는 점이다. 지급보험금과 손해조사비, 지급준비금 변동액 등을 합친 발생손해액은 지난해 11조7907억원으로 전년보다 7716억원(7.0%) 늘었다.
보험개발원이 2019년 실손보험 청구영수증 등을 분석한 결과 청구금액은 허리디스크가 5.5%로 가장 많았다. 이어 요통·노년백내장(각 3.8%), 오십견으로 불리는 어깨병변(3.5%), 무릎관절증(2.4%) 순이다. 이들 5대 질병이 전체 실손보험 청구금액의 20.4%를 차지했다. 허리디스크를 비롯한 근골격계 질환은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MRI(자기공명영상법) 등 고비용 치료가 많다.
보험료 수익에서 발생손해액과 실제사업비를 뺀 보험손익은 지난해 2조5008억원으로 2016년부터 5년 연속 적자다.
발생손해액과 실제사업비의 합을 보험료수익으로 나눈 합산비율은 지난해 123.7%를 기록했다. 이 비율이 100%를 웃돌수록 보험사 손실이 크다는 의미다.
금감원 보험감독국은 “과도한 의료쇼핑에 대한 보장 제한 및 보험료 추가 부담 등 통제장치가 미흡하다”며 “상품구조 개선 및 비급여 관리강화 등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