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수 어종 보고’ 양산 내석천, 불법 농막 오폐수로 죽어간다

입력 2021-04-29 04:06
경남 양산시 상북면 구불사 인근 일대에 농막을 가장한 불법 전원주택이 늘어선 모습. 농막에서 흘러나오는 오·폐수로 청정지역을 자랑하는 내석천이 죽어가고 있다.

청정지역을 자랑하는 경남 양산시 상북면 구불사 인근 내석천이 불법으로 조성된 농막(農幕)에서 흘러나오는 오·폐수로 죽어가고 있다.

28일 양산시와 지역 환경단체 등에 따르면 상북면 내석리 산 270 일대 임야 일대는 농막을 가장한 전원주택을 짓기 위해 무분별한 난개발이 진행 중이다.

농지법상 농막은 ‘농작업에 직접 필요한 농자재와 농기계 보관, 수확 농산물 간이 처리 또는 농작업 중 일시휴식을 위해 설치하는 시설’이다. 지목이 전, 답, 과수원인 토지에 20㎡까지의 컨테이너 등은 설치할 수 있지만, 주거목적으론 사용할 수 없다.

농막은 가설건축물이라 허가를 받지 않고 신고만으로 설치가 가능하다. 때문에 1가구 2주택 규제를 피하기 위해 ‘전원주택형 농막’ 건축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구불사 인근에는 현재 15개의 농막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농막 안에는 싱크대는 물론 샤워시설과 기름보일러까지 갖추고 있다. 석축 쌓기와 정자 불법 증축, 하천 연결계단 및 무신고 정화조 설치 등 각종 불법행위로 인해 토사물 등 오·폐수가 흘러들면서 내석천을 오염시키고 있다.

특히 하수관거를 설치하지 않아 지름 1m 배관을 통해 각종 오·폐수를 내석천으로 고스란히 배출시키고 있다. 또 주거시설이 아니어서 화재 등 각종 재해와 안전사고에도 취약하다.

구불사 계곡은 내석천 상류에 있기 때문에 하천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는 지역이다. 내석천은 다슬기, 송사리 등 1급수에서 서식하는 동·식물의 보고이다.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하던 인근 사찰과 주민들은 생수를 구입해 먹는 실정이다. 각종 불법행위가 자행되고 있지만 관할관청인 양산시는 실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내석리 한 주민은 “면사무소를 통해 불법으로 자행되고 있는 농막 건설을 중단해 달라고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다”면서 “상북면이나 양산시, 어디에서도 아무런 답이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농막은 2019년 본격적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부동산업자 A씨 등 6명은 2017년 내석리 1250번지 일원 임야와 과수원 부지 등을 3.3㎡ 당 5000~5만원에 경매를 받았다. 이들이 경매받은 토지는 경사가 심하고 도로 개설이 불가능해 사실상 개발이 어려운 맹지지만 농로는 있다. 이들은 성토를 통해 농막을 지을 택지를 만들어 쪼개기 분양으로 6~12배를 시세 차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도로 조성을 위해 구불사 소유의 농로와 휴농지를 폐경처리해달라고 농수산품질관리원에 민원을 넣기도 했다. 이들은 양산시에는 농로를 포장해 달라고 요구해 콘크리트도로 포장 비용 2000만원도 확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양산시 환경단체는 최근 양산시 공무원 B씨에 대해 토지개발사업에 관여한 사실을 밝혀내 경남경찰청에 고발했다. B씨도 지난 2018년 차명거래를 통해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산시 관계자는 뒤늦게 “농막 관계를 확인해 행정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양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