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 전 교회를 개척하고 목회에 숱한 어려움이 있었다. 그때마다 하나님의 뜻을 알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기도뿐이었다. 종일 부르짖을 때가 많았다. 한마디도 하지 못한 채 울음만 삼킨 적도 있었다. 하나님께선 그때마다 말씀을 깨닫게 해주시며 ‘사랑의 나이테’를 주셨다.
갖은 고난과 어려움 속에서 깨달은 것이 있다. 목회자는 예수님께 쓰임받는 종이라는 것이다. 목회는 하나님이 이끄시는 방법과 방향으로만 가야 한다. 따라서 자신의 재능과 힘으로 해선 안 된다. 만약 목회자가 목회를 자기 뜻대로 하고 예수를 이용하려 한다면 그것은 목회가 아닌 다른 것으로 변질한다.
또한 광야 목회가 아닌 가나안 목회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광야 목회는 모세 중심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가나안 목회는 여호수아를 중심으로 각 지파에 권한을 위임하고 그들과 함께 일했다. 지나고 보니 쉬운 목회는 조직을 나누고 일꾼을 세우는 일에서 시작됐다.
교회개척 초기부터 위원회를 구성하고 각 부서장이 일하게 했다. 평신도 사역자들을 세우고 그들이 일할 장을 마련해 주니 교회 조직을 쉽게 이끌 수 있었다.
그 중심엔 당회가 있었다. 당회가 건강해야 교회가 건강하고 당회가 행복하면 교회가 행복하다. 교회는 당회 중심으로 운영되는 동시에 목회자 중심이 돼야 한다. 그래야 건강한 교회로 성장할 수 있다.
목회자는 목회의 전문가이며 전임자다. 또 교회의 대표자다. 장로는 자기 분야에서 전문성이 있을 수 있지만 교회와 당회의 전임자는 아니다. 목회자는 레위인, 제사장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장로는 담임목사를 적극적으로 돕고 협력하는 동역자다.
당회 모임 때 목회자와 장로는 동등한 자격과 권리가 있다. 그러나 당회장이 주도권을 가진다. 마치 배의 선장은 한 사람이며 비행기 기장도 한 사람인 것과 같다. 그래서 교회의 대표도 당회장 한 사람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당회, 교회의 주도권은 전적으로 담임목사가 가진다. 장로들은 목회자가 소신 있게 목회 철학을 실현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무엇보다 당회는 민주적 당회보다 신본주의 당회로 운영해야 한다. 무슨 말이냐 하면 장로가 당회와 교회의 주도권을 가지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서울 신생중앙교회 당회는 몇 가지 중요한 원칙이 있다. 매 주일 오전 9시 당회 조례를 한다. 그리고 오후 예배 후 종례로 모여서 당회원 모두가 기도회를 한다. 격월로 당회원 부부가 오후 예배 후 교회를 위한 기도회를 연다.
지금까지 장로들은 담임목사가 기도하며 결정한 일에 한 번도 반대하지 않았다. 장로들이 담임목사의 권위를 인정했고, 담임목사인 나 역시 장로들의 교회 운영을 존중했다. 협력과 신뢰의 분위기 속에서 당회는 한 번도 분열되지 않았다.
신생중앙교회 당회의 또 다른 특징은 23개 위원회를 두고 당회원들이 한 위원회씩 맡아 독립적으로 운영한다는 것이다. 재정의 30%는 교회 사역, 30%는 교육비, 30%는 선교·구제·장학, 10%는 기타예비비로 사용한다.
예산 집행은 당회와 재무위원회, 각 위원회가 맡는다. 특히 재무위원회는 재무위원장 장로와 전문경영인 안수집사, 공무원 출신 안수집사, 은행지점장 안수집사, 세무사 집사 5명으로 구성해 회계 전문성을 높였다.
50만원 이상의 지출은 위원회별로 기안해 결재를 받아야만 가능하다. 모든 지출은 근거를 남기기 위해 온라인 인터넷뱅킹으로만 송금한다. 재정은 선임 장로의 결재를 거치며, 목회자는 최종 결재란에 사인한다. 담임목사는 교회의 전반적인 보고만 받고 실제적 살림은 위원장 중심의 독립기구가 알아서 하는 개념이다.
이런 시스템을 만든 것은 담임목사가 말씀 사역과 심방·전도사역, 영성 훈련에 매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회 살림은 당회에서 전적으로 책임지고 재정은 재무위원회에서 전담한다.
지금까지 목회 사명을 넘어 소명을 붙들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목회는 고기를 잡는 것이다. 주님이 세우신 어부는 세상이라는 바다에서 죽일 목적으로 고기를 잡는 어부와 분명 다르다. 목회자는 영혼을 살리기 위해 그물을 던지는 사람들이다. 그물을 내리는 것은 말씀이고, 그물을 올리는 것은 조직과 행정이다. 한 마리 한 마리 바구니에 담는 것은 사랑과 정성으로 해야 한다.
목회가 늘 쉬웠던 것만은 아니다.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기도했다. 어떤 때는 40일 작정 금식기도를 새벽 4시부터 정오까지 했다. 어느 날 하나님이 주신 뜨거운 감동이 있었다.
“내가 너에게 양을 맡길 때는 사랑하라고 맡겼지, 미워하라고 맡기지 아니하였노라. 내가 너를 사랑한 것같이 너도 사랑하라.” 지금도 어려운 문제가 생기면 기도의 자리로 나아가 이 말씀을 단단히 붙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