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집단면역’을 위해 정부가 백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보다 ‘중장기적인 전략’을 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2, 3분기 백신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백신 수급에 더 이상 가슴을 졸이지 않으려면 내년 이후로까지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부도 노바백스 백신의 국내 생산이 내년까지 가능하도록 계약 연장을 추진키로 했다.
권덕철 범정부 백신도입 태스크포스(TF) 팀장(보건복지부 장관)은 27일 스탠리 어크 노바백스 회장(CEO)과 면담을 하고 노바백스 백신의 기술 이전 생산을 내년까지 연장하도록 추진한다고 밝혔다. 당초 SK바이오사이언스와 노바백스사는 백신 원액 생산을 올해 말까지, 백신을 희석해 병에 넣은 완제품(완제 충전)은 내년까지 생산하기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원액 생산도 내년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기술이전 계약 연장은 올해 생산할 2000만명분의 노바백스 백신뿐만 아니라 내년까지 백신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겠다는 생각으로 풀이된다. 노바백스 백신 원액은 생산 후 얼려서 보관하면 필요할 때 꺼내 완제 충전만 하면 쓸 수 있다. 국내에서 생산해 정부에 직접 공급하는 방식이라 수급 우려도 적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백신을 확보하기 위한 수고를 상당히 덜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다만 이 백신에서 가장 중요한 물질인 면역증강제는 기술이전에 포함되지 않아 제조사에서 공급받는다.
전문가들은 백신 수급과 관련해 내년 이후를 바라보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올해처럼 백신 수급에 전전긍긍하지 않으려면 발 빠른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내년 백신 접종을 미리 준비해야 하는 이유는 코로나19 백신의 항체 지속기간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항체 유지 기간이 1년 남짓에 불과하다면 매년 백신을 맞아야 할 수 있다. 해외에선 이미 내년을 위해 백신을 추가 확보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럽연합(EU)의 27개 회원국은 내년부터 2023년까지 화이자 백신을 최대 18억회분 공급받을 예정이다. 캐나다도 추가 접종에 대비한 백신을 2022년에 3500만회분, 2023년엔 3000만회분 도입하기로 계약했다.
청소년 백신 접종도 곧 가능할 전망이다. 화이자는 만 12~15세의 예방 접종을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했고,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만 12~15세 대상 긴급 사용승인을 요청했다. 국내에서 화이자 백신은 현재 만 16세 이상에서 사용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10대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집단생활을 하기 때문에 대규모 감염이 우려된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만 12~15세는 감염이 많이 되진 않지만 많이 접종할수록 집단면역 형성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도 청소년 접종을 빨리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예슬 송경모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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