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4·27 판문점선언 3주년을 맞은 27일 “오랜 숙고의 시간을 끝내고 다시 대화를 시작해야 할 시간이 오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영상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남북 정상이 8000만 겨레 앞에서 판문점선언을 한 지 3년이 되었지만 교착 상태 장기화로 매우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남북, 북·미 대화가 교착 상태인 가운데 문 대통령이 다음 달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판문점선언의 의미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판문점선언은 누구도 훼손할 수 없는 평화의 이정표다. 어떤 경우에도 판문점선언이 약속한 평화의 길을 되돌릴 수 없다”고 했다. 또 판문점선언 이후 남북 관계에 대해서도 “군사적 충돌 없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경색국면 속에서도 평화가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지금의 평화는 미완의 평화다. 판문점선언의 토대 위에서 불가역적인 항구적 평화로 나아가야 한다”며 “진통을 겪으며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평화의 시계를 다시 돌릴 준비를 해야 할 때”라고 부연했다.
문 대통령은 5월 하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첫 대면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를 적극 논의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이 대북정책을 긴밀히 조율하고 발전적으로 나아갈 방향을 정립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남북과 북·미 간에도 대화 복원과 협력의 물꼬가 트일 수 있길 바란다. 정부는 바이든 정부와 견고한 협력을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진전시켜 나갈 길을 찾고자 한다”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문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전후해 대북정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트럼프 지우기’ 식의 대북정책안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은 이날 판문점선언 3주년 메시지를 통해 트럼프 정부에서 쌓아온 한반도 비핵화 논의가 미국의 새 대북정책에도 반영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백신 관련 일정도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스탠리 어크 노바백스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노바백스 백신은 우리에게 의미가 매우 크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전담팀을 구성해 백신에 대한 신속한 허가가 이뤄지도록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노바백스로부터 총 2000만명(4000만회)분의 백신을 도입하기로 계약한 상태다. 이 물량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국내 공장에서 전량 생산된다. 기술이전 방식으로 국내에서 생산되는 첫 백신이다. 노바백스 백신은 유럽의약품청(EMA)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사용 승인 신청을 거쳐 이르면 6월쯤 사용 결정이 나올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어크 CEO에게 “한국 국민들은 노바백스 백신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며 노바백스 백신이 임상시험에서 탁월한 면역 효과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어크 CEO는 “문 대통령이 저보다 노바백스를 잘 아신다”며 “앞으로 노바백스 백신을 독감 백신과 결합시킬 것”이라고 했다.
한편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경제 5단체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을 공식건의한 데 대해 “현재까지는 검토한 바 없으며,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