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정책을 책임지는 정부 부처들이 지난해 집값 폭등과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한파 등 경제 난맥상 와중에도 자체 평가 보고서에서 관련 정책이 우수한 성과를 냈다고 자화자찬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정책 성과를 높이기 위해 도입한 부처별 자체 평가 보고서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그들만의 잔치’로 변질됐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부동산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최근 공개한 ‘2020년 자체 평가 보고서’에서 ‘실수요자 중심 주택시장 개편 및 맞춤형 주거금융 지원’ 정책 과제와 관련해 ‘다소 우수’ 평가를 내렸다. 이와 관련한 성과로는 “실수요자 내 집 마련 불안감 해소를 위해 5·6 대책, 8·4 대책 등 중장기적 공급확대 기반을 마련했다. 전셋값 상승에 따른 불안 해소를 위해 단기적 주택공급 방안(11·19 대책)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은 14.12%, 전셋값은 13.55%(KB국민은행 기준) 각각 뛰었다. 잇따른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과 전셋값이 올랐는데 정작 주무 부처는 대책 자체를 성과로 포장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작 국토부와 함께 부동산 정책을 주관해온 기획재정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 정책 과제에 ‘미흡’ 평가를 내렸다. 기재부는 “6·17, 7·10 대책 등 주택 시장 안정 대책을 발표했지만 국민의 정책 체감은 다소 부족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기재부 역시 자기들이 주도한 코로나19 상황 속 경제 대책에 대해 ‘셀프 칭찬’을 남발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기재부는 ‘경제활력 제고’ ‘신종 감염병 대응역량 강화 및 바이오헬스 방역산업 선도’ ‘재정집행 관리 강화’ 등의 정책 과제에 대해 모두 ‘매우 우수’ 평가를 줬다. ‘고용충격 완화 및 고용안정 지원을 통한 일자리 질 제고’에 대해서도 ‘다소 우수’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자 수는 2019년보다 21만8000명 감소한 2690만4000명으로, 감소 폭만 놓고 보면 외환위기 이래 22년 만에 최대였다. 일자리의 질 측면에서도 재정을 통한 공공 일자리에만 의존한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감염병 대응과 관련해서도 백신 확보와 병상 운용 등에서 많은 지적을 받아왔던 점을 고려하면 평가의 객관성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정부 평가가 국민 눈높이보다는 ‘내부 눈높이’에 치중해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와 관련해 소속 공무원 3명이 기소됐음에도 ‘에너지전환(원전) 후속 조치’ 항목에 대해 ‘매우 우수’ 평가를 내렸다. 이를 두고 ‘내부 사기진작용’ 평가라는 해석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정부 자체 평가는 평가 초점이 주로 국정과제와 부처 자체 업무계획에 충실했는지 등에 맞춰 있어 실제 정책에 대한 체감과는 일부 차이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신재희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