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젠더·코인 혼선… 마음만 앞서는 민주당

입력 2021-04-28 04:03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실시간 시세가 출렁이고 있다. 최현규 기자

4·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더불어민주당의 민생 정책이 2030세대 여론을 따라 시시각각 요동치고 있다. 특히 최근 뜨거운 사회적 이슈인 암호화폐와 부동산, 젠더 갈등 등 쟁점 사안마다 표심을 좇아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내년 대선을 위해 2030 표심을 잡아야 한다는 마음이 앞서면서 당내에서부터 조율되지 않은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결과적으로 시장 혼란을 더욱 가중시킨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근 가장 큰 이슈인 암호화폐 과세 여부에 대해선 당정이 엇갈렸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지난 22일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 발언 이후 2030 투자자들 여론이 급속히 나빠지자 당내에서 갑자기 과세 유예 주장이 나왔다. 은 위원장 발언 직전까지만 해도 민주당은 세법개정안에 따라 2022년부터 암호화폐 매매소득이 연 250만원을 넘을 경우 20% 세율의 소득세를 분리과세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이후 과세 준비가 끝날 때까지 적용시점을 무기 연기하자는 입장으로 사실상 선회했다.

암호화폐 투자자 보호 여부에 대해선 당정 간 조율도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은 위원장은 암호화폐를 ‘실체 없는 투기자산’으로 규정하고 “정부가 투자자까지 보호해줄 수는 없다”고 했으나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7일 “새로운 투자수단으로 가상자산이 활용되면서 가상자산 시장 참여자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답변하는 은성수 금융위원장. 연합뉴스

부동산 정책 역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완화 논의가 대표적이다. 2018년 20대 국회에서부터 완고하게 견지해 왔던 종부세 강화 기조는 4·7 재보선 이후 급격하게 흔들렸다. 서울·수도권 의원을 중심으로 고가 주택의 기준을 올리자는 목소리가 산발적으로 쏟아지면서 종부세 완화 정책이 급물살을 타는 것처럼 보였지만 당 핵심 지지층을 의식한 다선 의원들이 신중론을 펼치면서 상황은 또다시 반전됐다.

당내 종부세 엇박자는 최근 더 빈번해지고 있다. 윤호중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은 “종부세 등 보유세 완화 논의는 없다”고 했던 민주당의 공식 입장을 “주택 세제도 검토하겠다”며 뒤집었다.

젠더 문제와 직결된 병역 문제를 두고서도 충분한 공감대 형성과 의견 수렴 없이 임기응변식 처방이 나왔다. 최근 당내에서 촉발된 ‘군 가산점제 부활’과 ‘남녀평등복무제도’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정작 ‘이대남’(20대 남성)의 표심을 얻기보다 20대 여성의 강한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의당 내 청년정의당의 강민진 대표는 “정치권이 이 문제를 젠더 갈등으로 소비하기에 급급한 모습이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여당의 이런 행보는 정책 신뢰성을 무너뜨리는 악수라고 지적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파급력이 큰 민생 정책에 있어선 예측가능성을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자꾸 이율배반적인 대책을 쏟아내기보다 일관되고 뚜렷한 메시지 전달이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